‘김정은의 4번째 친서’ 꽉 막힌 비핵화 정국을 풀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9일 15시 42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친서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밝히면서 국면 전환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의 개인적인 서한이 내게 오고 있다”며 “이 편지는 어제 국경에서 건네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새로운 통신기기가 생기기 수년 전에 활용됐던 품격 있는 방식”이라며 “긍정적인 서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편지는 나에게 배달되는 중이며, 아마도 곧 보게 될 것”이라고 재차 말하면서 “환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과정을 시작해야만 한다”며 “북한에 관해 말하자면 참 흥미롭다. 처음에는 거칠게 시작했다. 사람들은 내가 너무 거칠다고 생각했다. 내가 백번은 말했듯 인질들이 돌아왔고 미사일과 로켓(발사), 핵실험이 없다. 이런 저런 레토릭들이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도 김 위원장의 ‘트럼프 첫 임기 내 비핵화 실현 희망’ 발언에 대해 “아주 멋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4번째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보낸 친서에 대한 답신 성격으로 북미 간 전사자 유해 추가 발굴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장성급 회담에서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친서는 인도에서 미-인도 외교·국방 장관 간 2+2회의에 참석 중인 폼페이오 장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폼페이오 장관은 이 친서를 들고 7일 밤 워싱턴으로 귀환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유세 이후 밤늦게 백악관으로 돌아온 것을 감안하면 7일 밤이나 8일 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친서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9일까지 이 친서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는 이번이 네 번째인데, 6월 1일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전달된 첫 번째 친서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힘이 있었다. 따라서 이번 친서 역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추진하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양국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목표에 한발 다가서기 위해서는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 정부의 대북 특사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김 위원장의 비공개 메시지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용으로 북한에 대해 평가하는 발언을 하고 있지만 백악관 참모들과 국무부는 북한이 핵 신고서 제출과 검증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일지 여부를 놓고 신중한 기류가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전날 유세장에서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가져라”면서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인질들이 돌아왔고 우리는 아무 것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언급을 언론들이 크게 보도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날 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에게 “어제 북한으로부터 매우 흥미로운 언급이 있었다. 매우 긍정적인 언급이었다”며 “하지만 아쉽게도 여러분들은 그걸 다루지 않았다. 이보다 더 긍정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솔직히 나는 여러분 신문 1면에서 그걸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날 유세에서도 “그들(언론)은 좋은 이야기 일 때는 보도를 안 하기 때문에 여러분이 신문에서는 읽지 못할 것이다. 여러분이 그(김정은)가 말한 걸 듣게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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