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현직 고위 관계자가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혼란상을 고발하는 기고문을 뉴욕타임스(NYT)에 익명으로 실은 가운데 기고자의 정체를 둘러싼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의심되는 인물을 좁혀 나가며 기고자의 ‘자수’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용의 선상에 오른 백악관 인사들을 두고 기고자일 가능성이 있는 이유와 그렇지 않은 이유를 분석해 보도했다.
7일 노스다코타 주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고자로 추정되는 인물에 대해 “4명이나 5명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며 “대부분 내가 좋아하지 않거나 존경하지 않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기고자로 의심되는 인물들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들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 인물(기고자)의 신원은 결국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뒤인 8일 캘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오늘 (기고자는) 국가 안보 라인 중 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안 좋거나 갈등을 겪은 인물 중 국가 안보와 관련된 일을 하는 인사로 한 번 더 폭을 좁힌 것이다. 콘웨이 고문은 “NYT 익명 기고문을 쓴 사람이 백악관 인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 사람은 앞으로 나와 자신을 밝히고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고자의 신원은 미국 내 언론에게도 큰 관심이다. WP는 7일 “누가 ‘레지스탕스’ 익명 기고문을 썼나?”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백악관 주변 인사 26명을 두고 이들이 용의 선상에 오를 수 있는 이유와 기고자가 아닐 수 있는 이유를 분석해 보도했다. 이 목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외교 안보 관련 인사도 포함됐다.
현재까지 백악관이 내 놓은 ‘익명 기고자의 조건’에 따르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인물은 매티스 국방장관이다. 매티스 장관은 국가 안보 라인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낱낱이 드러낸 WP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에서 평소 트럼프 대통령을 “5학년이나 6학년생”과 비교한다는 내용이 폭로됐기 때문이다. 다만 WP는 매티스 장관이 군인으로서 군 통수권자의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내 놨다. 볼턴 보좌관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핵심 인물이기는 하지만 백악관 합류가 오래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설도 없는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심해 볼 여지가 있지만 평소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한 충성심을 보여 왔기 때문에 기고자가 아닐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펜스 부통령에 대해선 그가 평소 연설 등에서 사용해온 단어 ‘북극성(lodestar)’이 이번 기고문에 등장했다는 이유로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차기 대통령 후보 중 하나인 펜스 부통령이 과연 이 같은 논란을 만들었을지는 의문이라고 WP는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9일 CBS에 출연해 우드워드의 신간이 폭로한 ‘트럼프 대통령 탄핵 논의’에 대해 “절대로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에게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WP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륜설이 보도되고 남편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던 멜라니아 여사도 용의선상에 올렸다. 다만 NYT가 멜라니아 여사를 ‘고위 관계자’로 칭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전망을 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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