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학살 보도 기자 징역형에… 수지 “국가기밀 누설” 판결 옹호
세계 언론 “모든 명망 잃었다” 비판
“한때 ‘표현의 자유’를 상징했던 자가 지금은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인의 부당한 구금을 묵인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자문역(73·사진)을 비판하는 내용의 14일자 칼럼에 붙인 제목이다. 이달 초 미얀마 법원은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학살 사건을 보도한 로이터통신 기자 2명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3일 수지 자문역은 “이들은 언론인이어서가 아니라 국가 기밀 누설에 관여해 합법적으로 처벌된 것”이라며 판결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WP는 “1991년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비폭력 저항’을 이유로 수지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심사위원들은 이제 그 결정이 오판이었음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지의 오랜 지지자들도 이제는 그가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을 실질적 권한을 갖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저 방조하고 있을 뿐임을 알게 됐다는 내용이다.
영국 BBC방송도 수지의 이날 발언을 전하며 “오랫동안 세계 인권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수지는 ‘법치’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다.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과 강간을 막지 못한 그는 이제 국제사회에서 쌓아온 모든 명망을 잃었다”고 전했다. 유엔 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이 군에 의해 학살당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로이터 기자들의 구금 소식에 반발해 일어난 집회에서 불태워진 수지의 초상화 포스터를 소개하며 그에게 씌워졌던 이미지의 허상에 대해 조명했다. 수지의 홍보 포스터로 널리 알려진 것은 그라피티 아티스트 셰퍼드 페어리가 그린 작품이다. 국제인권감시기구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009년 이 포스터를 판매하기 시작해 당시 군부 정권에 의해 가택 연금 중이던 수지를 지원하는 기금에 수익을 보탰다.
수지를 지원했던 인권단체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를 위한 미국캠페인(USCB)’의 전 임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 화상 인터뷰를 준비하다가 혹시 누가 볼까 봐 벽에 걸려 있던 수지의 포스터를 떼버렸다”며 “그 포스터는 사람들이 과거의 수지에게 기대했던 희망을 보여줄 뿐 현재의 권력자 수지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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