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 쓰나미(지진해일) 피해를 입었던 이바라키(茨城)현 도카이(東海) 제2원전의 재가동을 26일 승인했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피해를 봤던 원전 중 재가동이 승인된 것은 도카이 제2원전이 처음이다.
도카이 제2원전은 동일본대지진 당시 5.4m 높이의 쓰나미가 밀려와 원자로가 긴급정지되면서 냉각에 사용하는 외부 전원이 한때 상실됐다. 동일본대지진 때 수소 폭발이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과 같은 비등수형(沸騰水型) 원자로를 사용한다. 수도권 내에 있는 유일한 원전으로, 주변 30km권 안에 전국 원전 중 가장 많은 약 96만 명이 살고 있다.
하루 전인 25일에는 히로시마(廣島) 고등재판소(고등법원)가 에히메(愛媛)현에 위치한 이카타(伊方) 원전 3호기에 대한 운전정지 가처분 결정을 취소했다. 이 원전은 대형 지진이 날 우려가 큰 난카이(南海) 트로프(해저협곡)에 위치해 있고 활화산인 아소산(阿蘇山)과도 가깝다는 점에서 이 법원이 지난해 12월 아소산의 분화 가능성을 지적하며 가동 중지를 명령했었다. 그러나 원전 측의 이의 신청 후 다시 진행된 재판에서 다른 재판부가 “화산 피해의 가능성에 대한 근거가 명확치 않다”며 재가동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1994년 운전이 시작된 이카타 원전 3호기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당시 민주당 정권의 원전 중단 정책에 따라 가동이 멈췄다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들어선 뒤인 2016년 9월 다시 가동됐다. 이후 2017년 10월 정기검사를 위해 운전이 중단된 이후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 12월의 운전정지 가처분 결정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고등법원 차원에서 나온 첫 원전 가동중지 명령이었던 만큼, 이날 법원이 내린 가동 승인 결정은 앞으로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은 2013년 ‘신규제기준’을 만들어 이를 통과한 원전은 재가동할 수 있도록 하는 원전 재가동 정책을 펴고 있다. 26일 도카이 제2원전의 재가동이 승인되면서 신규제기준 도입 후 재가동이 결정된 사례는 8개 원전 15기로 늘어났다.
이처럼 원전 재가동 결정이 잇따르자 해당 지역 시민과 반원전운동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히로시마 판결의 원고들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장이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을 잊었다”며 분개했다. 26일 도카이 제2원전의 재가동을 승인한 원자력규제위원회 앞에는 “피폭을 강요하지 말라”, “목숨을 지켜라” 등 플래카드를 든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여 항의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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