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당시 ‘미국산 무기 도입을 늘리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NHK·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미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엄중한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선 앞으로도 미국 등에서 고성능 방위장비품을 도입하는 게 우리나라(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중요하다’는 뜻을 전했다”며 “양국이 계속 긴밀히 협력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회담 다음 날인 27일 기자회견에서 “그들(일본)도 다른 나라들처럼 엄청난 양의 군사용 장비(massive amounts of military equipment)를 사게 됐다”고 언급한 것을 사실상 확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의 대일(對日) 무역적자 확대를 이유로 일본의 자동차·농산물시장 개방과 이를 위한 양자 무역협정 체결을 요구해왔던 상황.
이와 관련 미일 양국 정부는 이번 뉴욕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선 서비스를 제외한 상품(공산품 및 농산물)만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무역협정(TAG) 체결 협상을 개시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일본의 미국산 ‘군사용 장비’, 즉 무기 도입에 관한 사항은 앞서 언론에 공개된 미일정상회담 발언이나 결과 자료, 미일 공동성명 등 어디에서도 거론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한층 엄중해진 안보 환경 속에선 질적·양적으로 필요하고 또 충분한 만큼 방위력을 확보하는 게 불가결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국발(發) 통상압력에 따른 대응 수단으로서 무기 도입 확대를 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와의 회담 때) ‘당신은 내게 호의를 베풀어야 한다. 우린 이렇게 큰 (무역)적자를 원치 않는다. 너희가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걸 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 결과 일본이 미국산 무기 도입을 늘리기로 한 것이란 취지로 설명했다.
게다가 무기 도입 확대는 일본 내 시장엔 직접적인 영향 미치지 않을 뿐더러 ‘북한·중국의 위협에 대비한 자위대의 역량 강화’란 아베 정권의 기조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 방위성이 최근 결정한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방위예산 요구안에도 지상배치형 미사일 요격시스템 ‘이지스 어쇼어’ 2기와 F-35A ‘라이트닝2’ 스텔스 전투기 6대, E-2D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2대 등의 첨단무기를 미국으로부터 추가 도입하는 사업이 포함돼 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최신예 장비품 도입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양국이 계속 긴밀히 협력해갈 것”이라며 “자위대의 장비품은 계획적으로 취득하고 있다. 앞으로도 주체적 판단 아래 방위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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