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으로서 새로운 인생의 시작입니다. 앞으로 제 좌우명은 딱 두 가지입니다. 평화헌법을 지킨다, 그리고 ‘슈칸 긴요비’(週刊 金曜日·주간 금요일)를 지킨다가 그것입니다.”
일본의 대표적 진보잡지 슈칸 긴요비의 신임 사장으로 취임한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60) 전 아사히신문 기자는 28일 오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그는 1991년 8월 고 김학순 할머니의 ‘나는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증언을 아사히신문에 실어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국제사회에 처음으로 알린 인물이다. 위안부 기사를 쓴 이후 ‘일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일본 우익의 끊임없는 협박과 공격에 시달렸다. 일본 언론계에서 ‘우에무라 배싱’이란 말이 떠돌 정도였다. 2014년 고베(神戶)의 한 여대 교수로 부임하기 위해 신문사를 떠났지만 우익의 거센 항의로 임용이 취소됐다. 심지어 고교생인 딸의 살해 협박까지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6년부터 한국의 가톨릭대에서 객원교수를 맡고 있는 그는 사장직 제안을 승낙한 이유로 “나 자신이 과거 슈칸 긴요비로부터 구원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우익의 공격으로 힘들어 할 때 일본 언론 중 가장 열심히 보도해 용기를 줬을 뿐 아니라 인권과 평화, 언론 자유를 옹호해온 편집 방침에 늘 공감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슈칸 긴요비는 1993년 창간 당시부터 권력을 감시하고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주간지를 표방했다. 그러나 창간 당시 5만 부였던 정기구독자는 점차 줄어 최근에는 1만3000부에 불과할 정도로 경영 위기에 빠졌다. 우에무라 사장은 “이미 급여 삭감과 비용 감축 등 비상경영 체제”라며 “사장으로서 부수 확장과 광고 유치 등 힘닿는 한 뛰어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온 기타무라 하지메(北村肇) 전임 사장은 “원점으로 돌아가 권력을 감시 비판하는 역할을 해낼 인물로 우에무라 씨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우에무라 사장은 당분간 주 초반은 강의를 위해 서울에서, 주 후반은 도쿄를 오가는 생활을 할 계획이다. 그는 명색이 사장이지만 회사 정직원 중 막내 기자보다 낮은 임금을 책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급여가 매주 서울과 도쿄를 오가는 저비용항공 여비에도 미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면서 웃었다.
위안부 피해자 보도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산케이신문 기자가 소송 당사자로서 관련 기사에 대한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를 묻자 “보도의 편집권은 편집장에게 있으니 사장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위안부 보도와 관련한 저와 산케이신문의 싸움은 일본 저널리즘사에 남을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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