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연이은 여성 유명인 살해…마녀사냥 우려 고조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2일 14시 40분


이라크에서 최근 연이은 여성 살해가 발생하면서 마녀사냥에 대한 우려가 고조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두 달 간 이라크의 여성 유명인 네 명이 연이어 살해됐다. 이라크 여성계는 전통적인 여성상을 벗어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뷰티, 패션 등으로 유명한 이라크의 모델 타라 알-파레스가 수도 바그다드 한복판에서 총격으로 숨졌다. 오토바이를 탄 범인이 차에 탄 알-파레스를 향해 총을 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충격을 안겼다.

22세의 알-파레스는 16세에 결혼한 뒤 이혼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다. 과감한 옷차림과 화장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70만명에 달했고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 인기를 누렸다.

알-파레스의 사망에 앞서 여성 인권 운동가 수아드 알-알리가 총격으로 사망했다. 지난 8월에는 ‘이라크의 바비인형’으로 불린 성형외과 의사 라피프 알-야시리가 살해됐고, 일주일 뒤 인기 미용사 라샤 알-하산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하이데르 알 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불특정 다수를 노린 사건이 아니라고 보고 용의자를 추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라크 여성계는 이를 신종 마녀사냥으로 보고 있다.

가디언은 네 사건 모두 여성에게 강요되는 전통적인 규범을 벗어나는 여성들이 목표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여성 인권단체 ‘여성을위한여성(WfWI)’의 자이나브 살비는 “여성들은 사방에서 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어디에서나 현대판 마녀사냥 속에서 살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 활동가 루스 카밀은 “이 여성들에게 일어난 일이 인종이나 종교에 관계 없이 자유로운 삶을 살기를 바라는 모든 이라크 여성과 소녀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양성은 모든 여성들에게 위험한 일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으로 보수적인 이라크 사회에 반향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라크 여성 하딜 무타나르는 “레바논에서라면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있다”며 “그러나 같은 옷을 입어도 바그다드에서는 수치스러운 일이 된다. 이같은 양면성이 우리의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대학상 수라 아흐메드는 “이같은 살해 사건은 ‘전통적이지 않은 여성’을 곱게 보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며 “너희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경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곧 (그 메시지를)따르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범죄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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