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 침해당했다” 되레 큰소리 친 중국
주최측 “기자가 사과해야” 반박
“당신은 거짓말쟁이야, 중국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어.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매국노야!”
지난달 30일 영국 런던에서 집권 보수당 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홍콩의 자유, 법치, 자치에 대한 침범’ 세미나 현장. 이 행사를 함께 주최한 비정부기구(NGO) ‘홍콩 감시(Hong Kong Watch)’에 따르면 한 중국인 여기자가 청중석에서 벌떡 일어나 이렇게 고함을 질렀다. 이 기자는 관영 중국중앙(CC)TV 런던 특파원 쿵린린(孔琳琳)이었다.
쿵린린은 베네딕트 로저스 보수당 인권위원회 부위원장이 연설에서 “나는 친중국이다. 반중국이 아니다. 나는 중국의 현 정부 및 정부가 인민을 대하는 방식을 비판하지만 중국과 중국 인민을 지지한다”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실행 보장이 중국과 영국에 모두 이익이 된다”고 말하자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현장 영상에는 주최 측의 중국계 관계자가 이 여기자에게 나가달라고 하자 여기자가 “홍콩 괴뢰”라고 욕하거나 관계자의 손이 자신의 재킷에 닿자 직원의 팔을 때리는 장면, 회의장을 떠나면서 계속 소리를 지르는 모습 등이 담겼다.
‘홍콩 감시’ 측은 쿵린린이 관계자의 뺨을 두 차례 때렸다고 주장했다. 런던 버밍엄 경찰 측은 1일 신고를 받고 출동해 여기자를 체포한 뒤 구류했다고 밝혔다. 중국 통신사 중국신원왕(新聞網)은 이 여기자가 1일 저녁 풀려났다고 2일 전했다. 주영국 중국대사관은 “기자의 의견 표현이 저지당하고 심지어 폭행당했다”며 “회의 주최 측이 중국 기자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홍콩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도 요구했다. CCTV는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언론 자유를 표방한 국가에서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분열을 부추기는 어떤 시도도 헛수고”라고 주장했다. 반면 로저스 부위원장은 BBC에 “현장에서 찍힌 영상을 보면 중국대사관 측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지 알 수 있다. 이 기자가 주최 측 직원을 두 차례 때리는 걸 회의장 안 80여 명의 사람이 목격했다”며 “기자가 사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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