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떠난 맥매스터-콘, 트럼프 깎아내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일 03시 00분


맥매스터 “FTA 서류 치운 건 적절”, “만들어낸 이야기” 트럼프 주장 반박
콘 “JP모건 CEO 대선출마 지지”, 재선 노리는 트럼프 심기 건드려
주요국 지도자 신뢰도, 트럼프 ‘최하’

백악관의 난맥상을 다룬,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장의 책 ‘공포’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뛴 것으로 묘사되는 인물이 다수 나온다. 이들 중 대부분은 책 출간 후 진위 논란이 일었을 때 함구하거나 반박 성명을 내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최근 행적을 면밀히 살펴보면 ‘백악관 지지’ 행보에 큰 진정성은 없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백악관에서 대통령과의 관계가 결코 좋지 못했던 이들이 대통령을 겨냥한 ‘은근한 디스(‘비판한다’는 뜻의 신조어)전’을 벌이고 있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은근한 디스전에 가세한 대표적인 인사다. 그는 지난달 25일 펜실베이니아대 강연에서 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문서’를 대통령 책상에서 몰래 치웠다는 ‘공포’ 책 내용이 사실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그 사건을 알고 있고, 환상적인 공직자이자 훌륭한 동료였던 콘이 취하기에 매우 적절한 행위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간 당시 이 내용에 대해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펄쩍 뛰며 반박한 바 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이날 발언으로 트럼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 됐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서한을 숨기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대통령은 어차피 (FTA 폐기 반대 논리를) 잘 알고 있었다”고 덧붙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일부 조절했다.

콘 전 위원장 역시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이지만 적극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기업인 행사에서 “(대선에 나선다면) 트럼프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하자 콘 전 위원장은 “제이미는 정말로 뛰어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고도 남을 법한 발언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멍청하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은 올봄에 묵직한 ‘한 방’을 날리고는 칩거에 들어간 상태다. 그는 5월 중순 버지니아군사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현재 미국 민주주의에는 도덕과 정직성의 위기가 감지된다. 나라의 지도자들이 진실을 숨기려고 하고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주장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미국은 현재 향유하고 있는 자유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국가 지도자 가운데 신뢰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올해 25개 국가 2만61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일(현지 시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현안을 다루는 데 있어 옳은 일을 할 것으로 신뢰한다’는 문항에서 27%만 ‘그렇다’고 응답해 5명의 지도자 중 신뢰도가 가장 떨어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52%로 가장 높았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46%,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3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70%나 돼 메르켈 총리(31%), 마크롱 대통령(34%)보다 배 이상 높았다. 한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 비율은 44%로, 지난해의 17%에 비해 많이 상승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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