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과 결혼전 부부계약 맺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4일 03시 00분


美정가 ‘사랑에 빠졌다’ 발언 비꼬아… “남편 학대에 길들여진 부인 같아”
‘나쁜 사랑’ 끝낼 비핵화협상 충고

‘결혼 전 부부계약에 서명하라(Get a prenup).’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출 발언이 워싱턴 정가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결혼 전 부부계약’(프리넙·‘prenuptial’의 줄임말)을 맺으라는 조롱 섞인 충고가 나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정상 간 친밀한 관계는 분명히 좋은 일이며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대통령을 감쌌지만 정치인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 미나 보즈 호프스트라대 교수(대통령학)는 WP 인터뷰에서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미사일 문제를 다루는 외교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거론하는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관계를 ‘나쁜 사랑’으로 정의한다. 이 관계에서 김 위원장은 부인을 속이고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가정폭력 남편 역할이다. 켈리 매그서먼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행동을 보면 그럴싸한 변명을 대며 부인을 속이는 남편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남편의 습관적인 학대에 길들여진 부인과 비슷하다. 남편에게 번번이 속지만 그의 달콤한 말들에 모두 잊어버리고 사랑한다는 착각 속에 사는 여인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나쁜 사랑’의 고리를 끊을 의지가 있다면 ‘프리넙’을 체결하라고 충고한다. 성공적인 부부생활을 원한다면 구체적인 비핵화 절차에 대한 확실한 계약을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트럼프#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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