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발전과 변혁의 새로운 정세에 직면해 인류와 문명의 진보를 잘 추진하기 위해 반드시 높이 올라 멀리 봐야 한다.”
1일 저녁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채널인 후난위성TV 프로그램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중국 특색 대국외교의 목표는 무엇인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한 여성 참가자가 재빨리 버저를 눌렀다. “신형국제관계를 추동하고 인류운명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큰 소리로 답하자 사회자가 “정답!”이라고 외쳤다. 방청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중국이 정부 수립을 기념하는 국경절 연휴(1∼7일) 황금시간대(오후 7시 반)에 ‘신시대 시진핑 학습대회’ 퀴즈 프로그램을 방영해 ‘시진핑 우상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5부작으로 편성된 이 프로그램의 주제는 시 주석이 지난해 발표한 ‘시진핑 신(新)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다. ‘이 사상이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 새로우며,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중국 국민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했는지, 중국 국민들을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 등 5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시 주석이 가장 좋아하는 책, 시 주석 연설의 의미, 시 주석이 과거 지방에서 지낸 기간 등에 대한 문제들이 출제됐다.
젊은이들을 겨냥한 듯 퀴즈를 푸는 무대 배경이 우주이고 무대는 ‘학습호’라는 우주선으로 형상화했다. 사회자를 도와 문제를 내는 로봇의 이름은 ‘2050’. 시 주석이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겠다고 한 목표 시점이다.
시진핑 우상화가 인기 TV채널의 오락 프로그램 형식을 빌려 국민들의 일상생활에까지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프로그램은 위상이 마오쩌둥(毛澤東) 반열에 오른 시진핑에 대한 예찬”이라고 비평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 프로그램에 대해 “시 주석이 모든 당 조직은 학습 캠페인을 철저히 하라”고 요구한 데 대한 응답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1일 방영분에서 한 여성 참가자는 탈락한 뒤 “무대에서 경쟁하는 시간은 제한돼 있지만 학습은 영원히 끝이 없다. 나는 계속 학습의 길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리 암기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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