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미국의 제재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판 사드’로 불리는 방공미사일 S-400 구매 계약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오는 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S-400 구매 계약에 서명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4일~5일 인도를 방문한다.
러시아와 인도는 2016년 S-400공급에 합의했으며 계약을 공식 마무리한 후 2020년도부터 인도에 인도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산 S-400을 도입하면 인도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분쟁 개입 및 미 대선 개입 등을 이유로 대러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국방 및 정보 분야에서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 3국에도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미국은 S-400이 미국이 개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수출하기로 한 스텔스 기능을 갖춘 5세대 전투기 F-35도 방어 범위에 포함하기 때문에 S-400 확산에 우려하고 있다.
랜달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는 지난 8월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의 지대공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S-400 구매하는 계획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실현될 경우 인도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달 러시아산 전투기와 S-400 미사일을 구입했다는 혐의로 중국에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미국이 러시아·이란·북한 통합제재법(CAATSA)에 의거해 제3국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처음으로, 미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에 대한 이 제재는 러시아산 무기를 구입하려는 다른 국가들에 대한 경고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인도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이 인도에 제재를 가한다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중국의 경우처럼 인도에 제재를 단행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에 달하는 인도와 러시아의 S-400 구입 계약을 손놓고 지켜보기에는 미국의 대러 제재가 약화할 수 있는 등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인도가 미국의 제재 압박에도 S-400 도입하려는 것도 이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가 S-400을 도입하려는 것은 숙적 관계인 파키스탄 및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최근 몇년 새 악화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오랜 기간 인도의 최대 군사장비를 공급처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인도가 미국에서 군장비 수입을 확대하면서 러시아의 관계는 악화했다.
스톡홀름 국제 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인도는 2008년~2012년에는 자국 무기의 79%를 러시아에서 수입했으나 2013년~2017년에는 62%로 줄었다. 같은 기간 인도의 미국산 무기 수입양은 500% 이상 큰 폭으로 늘었다.
미국 내에서도 인도에 제재를 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리차드 로소 연구원은 “미국이 장기적 안보 목적을 고려해 인도에 제재를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제재를 가하지 않을 경우 인도가 도입한 미국산 군장비 기술 등이 러시아에 유출될 수 있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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