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된 모친의 간, 생명 위독한 아기에 이식…세계 최초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4일 2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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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의사들이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모친의 간 일부를 치명적 간질환으로 죽을 위기에 처한 그녀의 아기 생명을 구하기 위해 지난해 아기에게 이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간 이식 수술을 받은 엄마와 아기는 이후 순조롭게 회복됐다. 아직까지도 이식 수술을 받은 아기의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발병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식 수술을 실시한 요하네스버그의 도널드 고든 병원은 4일 HIV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생명을 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었다고 밝혔다.

위트워터스랜드 대학의 전문가들은 4일 발간된 의학저널 에이즈(AIDS)에 그간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HIV에 감염된 사람의 장기를 의도적으로 감염되지 않은 환자에게 이식한 것은 이번이 세계에서 처음이라면서 이식 수술 성공으로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장기 기증자가 더 많아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식 수술 이전 이식받을 아기에 대한 치료가 HIV 감염을 막는데 도움이 됐을 수 있지만 정확한 것은 시간이 더 흐른 뒤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식할 장기가 만성적으로 부족한 나라에서 HIV에 감염되지 않은 간 기증 희망자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학 측은 “수술팀은 이식 수술로 아기가 HIV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목숨을 구해야 하는지 딜레마에 처했었다”고 말했다.

HIV와 싸우기 위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를 복용하던 이 여성은 의료진에게 아기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간이라도 이식할 수 없냐고 몇차례나 물었으며 의료진은 그녀에게 이식 수술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그녀의 간은 다시 자라나 이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식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 진 보타는 “수술 몇주 후 아기에게서 HIV 항체를 발견, 아기가 HIV 양성으로 바뀌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아공 국립전염병연구소 HIV 전문가들의 시험에선 어떤 HIV 감염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남아공은 많은 HIV 감염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도 더 많은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 국립보건원(NIH)의 HIV 전문가 앤서니 파우시 박사는 “남아공 의사들은 HIV 치료약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이식 수술을 받은 아기가 HIV에 감염되더라도 하루 한 알씩 약만 복용하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며 “결국 죽을 것인지 아니면 치료 가능한 질병을 안고 살 것인지 가운데 선택해야 하는 것인데 나는 수술을 택한 것이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우시는 그러나 단 한 건의 사례만으로 이러한 이식 수술이 또다시 시도돼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라며 모든 것은 사례별로 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HIV에 감염된 장기가 실수로 HIV에 음성인 환자에게 이식된 사례는 있었지만 이를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이식된 사례는 아직 없었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는 최근 HIV 양성자의 장기를 HIV 양성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이뤄지기도 했다. 또 치료 방법의 발달로 C형 간염 환자의 장기를 이식하는 시험도 이뤄지고 있다.

【요하네스버그(남아공)=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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