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비핵화 협상]해외언론, 폼페이오 방북성과 주시
美언론, 실질적 진전엔 의문 표시
NYT “美, 북핵 완전해체 요구땐 비핵화 협상 다시 결렬 가능성”
美관리 “지난 방북보다 좋았지만 앞으로 길고 힘든 과정 이어질 것”
7일 하루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와 어떤 논의를 했는지에 미국 등 각국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평양을 잘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다. 우리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안들에 대해 계속해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한 폼페이오 장관의 트윗 글 내용을 사진과 함께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단과 동행한 CBS 기자 카일리 애트우드는 자신의 트위터에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의 오찬 장면 사진과 함께 “김 위원장이 ‘두 나라 모두의 좋은 미래를 약속하기에 매우 좋은 날이다’라고 말했다”는 글을 올렸다. 애트우드 기자는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식사를 하기로 결정한 것에 미국과 북한 관리들이 똑같이 놀랐다. 한 북한 관료에게 ‘두 사람이 함께 식사할 것을 알았느냐’고 묻자 그가 눈을 크게 뜨며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고도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에 동행한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번 방북 때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앞으로 길고 지난한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북한 측 관료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관대한 지도자’라고 평하며 ‘그가 없었다면 북한과 미국이 지금 같은 (좋은) 관계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의회 전문지 더힐은 “최근 한국 미국 북한 간의 분위기를 둘러싼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음에도 북한 정권이 비핵화와 관련한 확실한 발언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 문제에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 적잖은 전문가들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핵화 프로그램이 진행되더라도 구체적인 실천 과정에서 난항이 적잖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더힐은 “북한은 최신 핵 기술을 들여올 수 없었던 까닭에 옛 소련이 만든 시설을 바탕으로 북한 내 핵 관련 시설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누구나 알고 있듯 옛 소련의 핵 시설은 1986년 체르노빌의 비극적 재난을 초래했다”고 전했다. 북한 풍계리의 핵 실험장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방사능에 노출된 오염 물질이 자칫 주변 환경을 대규모로 오염시키고 작업 인부 등의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크다는 이야기다.
7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수전 손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5일 미국 워싱턴 카네기평화재단에서 열린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서 “미국이 북한에 사용할 수 있는 지렛대가 줄어들었다”며 “북한과의 협상이 앞으로 매우 힘들게 오랜 기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손턴 전 대행은 7월까지 북-미 협상 과정에 관여했다.
AFP통신은 익명의 미 외교가 소식통을 인용해 “폼페이오의 이번 방북을 통해 미국과 북한이 커다란 가시적 성과를 거뒀을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만날 시기와 장소에 대해 여러 선택지를 교환하는 정도의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미국과 북한의 상호 신뢰가 갖춰질 때까지는 성급한 변화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교수의 9월 발언을 언급하며 “미국이 북한 핵 시설의 완전한 해체를 주장한다면 협상이 다시 결렬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중국은 관영 중국중앙(CC)TV와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가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난다는 사실을 간략히 보도했으나 중국 외교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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