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유럽, 영국, 일본이 중국과 개별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이달 초 캐나다·멕시코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 개정안에는 ‘비시장경제(non-market economy·NME)’ 국가와 무역 협상을 할 경우 상대국에 통지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또 상대국들이 (비시장국가와의) 무역협상 세부 사항을 공개하도록 요구할 수 있고, 협상이 체결될 경우 나프타를 떠날 수 있다는 조항도 들어갔다. 여기서 비시장경제란 중국을 겨냥한 표현이다.
미국은 이같은 조항을 다른 동맹국과의 무역 협상에도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중국에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교역 상대국들과 힘을 합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스 장관은 캐나다와의 협상에 포함됐던 “독소조항(poison pill)”이 (다른 국가와의 협정에도) 복제될 수 있다며 “선례가 생긴 만큼 다른 무역거래에 적용되기 더 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지난 6일 FT에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등과의 무역 협상에서 이 조항을 복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체결한 어떤 협정도 약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이 미국의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뒷문을 찾을 수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NME 조항’이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미국의 동맹국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이라고 분석했다.
롤랜드 패리스 캐나다 오타와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이 조항이 주는) 정치적 메시지는 법적인 영향보다 더 중요하다”며 “캐나다로 가는 메시지는 ‘중국을 조심해라’이고, 중국으로 가는 메시지는 ‘북미에서 손을 떼라’다”라고 설명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 고문을 지낸 댄 프라이스는 “이것은 미국의 2차 제재 구조를 무역 협상으로 확장한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우선권을 얻고싶다면 우리가 좋하하지 않는 나라와 FTA를 체결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FT는 현재 일본과 EU 등이 중국과의 무역협정을 서두를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미국은 그런 가능성에 매우 민감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고위 관리는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협정을 맺음으로써 미국의 지위를 약화시키려는 중국의 노력에 대해 매우 우려해 왔다”며 “우리(미국)의 견해는 중국이 가하는 위협에 대해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중국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오타와 주재 중국 대사관은 나프타 개정 협상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NME 조항은)국가의 주권을 침해하고 시장과 비시장 경제에 대한 잘못된 정의를 반영한 부정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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