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 ‘성과 전망’에 좌우될 듯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10일 1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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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곧 열릴 듯하던 2차 북미정상회담이 다음달 6일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로 늦춰졌다. 따라서 미국의 국내 정치가 북미관계에 미칠 영향이 커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2차 북미정상회담이 “11월6일 중간선거 이후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회담 일정을 조율하기에 선거 유세가 너무 바쁘다”고 덧붙였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스티브 비건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곧 만나서 2차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를 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건 특별대표도 평양 방문 직후 최부상에게 만나자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공개함으로써 미 중간선거 이전에 2차 정상회담을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낳았다. 그러나 최선희 부상은 비건 특별대표의 요청에 아직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서 중간선거에 도움이 될만큼 획기적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는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 결과에 대해 미 언론과 전문가들의 평가가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 주류 언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이 “같은 물건을 두번 판 셈”이라거나 “미국이 추구하는 일괄타결 방식을 포기하고 북한이 주장해온 행동 대 행동 방식의 단계적 폐기 방식으로 북한 핵협상의 틀이 바뀌었다”고 비판적 평가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미 국무부 등은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지 않았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재를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을 종합하면 트럼프 미 대통령은 회담 시기를 논의하자는 미국의 제안에 북한이 생각만큼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해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중간선거에 유리한 요인으로 활용하기가 어렵다고 최종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당초 예상과 달리 상당기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잃을 것으로 전망되며 상원도 위태롭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는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중간선거 이후에나 2차 정상회담 개최 시기 등을 최종 판단할 가능성이 커졌다. 선거에 패배한 경우 정상회담을 정치적 위기를 돌파할 수단으로 삼을지, 김정은 위원장이 이에 호응하고 나설지, 그도 아니면 현재의 북미간 우호적인 협상 분위기가 급전직하로 악화할지 등 현재로선 어떤 전망도 하기 어려워졌다.

북한은 폼페이오를 크게 환대함으로써 북한이 2차정상회담에 큰 기대를 걸고 있고 서둘러 개최하길 원한다는 인상을 줬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속내가 반드시 일치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북한도 중간선거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북한은 회담 일자를 미국이 정하도록 일임하는 대신 회담 의제에 대해 더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최선희 부상이 비건 특별대표가 만나자고 하는데 대해 서둘러 답하지 않는 모습도 이를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하순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미 중간선거 변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2차 정상회담 개최 시기는 G20 정상회담 이전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중간 선거 이후로 미뤄진 마당에는 선거결과에 따라 더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 1차 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를 배제하면서 “서너 곳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워싱턴이나 평양, 심지어는 자기가 소유한 마라라고 리조트가 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면서도 한참 뒤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뉘앙스로 답했다.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 수행단을 상대로 평양을 회담장소로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생각이 없어보인다.

현재 각국 언론 등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 판문점, 서울 등을 회담 후보지로 꼽고 있다. 그러나 빈은 핵사찰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꺼릴 수 있으며 유럽이라면 김정은 위원장이 유소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판문점이나 서울, 제주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간 회담을 적극 중재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도 다른 장소보다 이동하기 편하고 남북관계를 띄우는데 유리하다는 점에서 동의하기 쉬워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서울이나 판문점을 회담장소로 하는데 동의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사이에 중재 역할을 하는데 대해 전면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남북관계가 비핵화 진전을 앞서 가면서 대북 제재 분위기가 흐려지는 것을 경계하는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2차 정상회담에서 획기적인 북한 비핵화 합의가 보장되지 않는 한 서울이나 판문점, 제주가 회담 장소가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회담 장소도 2차 회담의 성과를 다룰 북미간 실무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성과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면, 이를 최대한 부각시키기에 유리한 판문점이나 서울 등으로 정해질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싱가포르 1차 회담과 마찬가지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평가를 받을 위험이 있다면 미국으로선 하와이나 괌 같은 태평양상 미국 영토나 아니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회담장으로 정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회담 장소와 시기 등은 2차 정상회담에서 나올 성과에 걸맞는 곳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를 둘러싼 북미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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