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과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앨런의 회사인 벌컨은 그가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림프종 투병 중 합병증으로 시애틀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비호지킨림프종은 림프조직 세포가 악성으로 전환돼 생기는 종양이다.
앨런은 2009년 비호지킨림프종 진단을 받고 투병 끝에 완치했지만 최근 같은 병이 재발했다. 그는 지난 1일 발병 사실을 공개하며 “강력하게 병과 싸울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보름 만에 숨을 거뒀다.
그는 1980년대 이후 40년 가까이 림프종과 싸워왔다. 1975년 빌 게이츠와 창업한 MS를 설립했지만 1983년 회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호지킨림프종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두살 어린 게이츠와는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어울렸다. 시애틀 출신인 두 사람은 고교 시절인 1972년 교통 패턴을 분석하고 추적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인 트래프-오-데이터(Traf-o-Data)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앨런은 워싱턴주립대에 진학했지만 창업을 위해 2년 만에 중퇴했다. 게이츠가 3학년 때 하버드대를 그만둔 것도 함께 회사를 차리자는 앨런은 권유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 회사를 설립하고 알테어 8800 운영체계를 위한 베이식 언어 프로그램을 첫 제품으로 내놨다. 이 때 앨런의 아이디어로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회사 이름도 지어졌다. 이후 MS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MS-베이직 출시로 큰 성공을 거뒀다. 또 IBM의 개인용 컴퓨터에 운영체계를 제공하면서 PC 업계에서는 지배적인 위치에 올랐다.
게이츠와는 1983년 호지킨림프종 진단을 받고 회사를 떠나는 과정에서 관계가 틀어졌다. 앨런은 지난 2011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게이츠가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와 자신의 지분을 줄이려고 모의하는 것을 엿듣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암으로 인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경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었는 데도 두 사람은 나를 속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앨런은 MS를 떠난 뒤에도 계속 지분을 보유해 큰 부를 축적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자산 평가액은 205억 달러(약 22조 9000억원)로 세계 44위에 올라 있다. 그는 MS를 떠난 이후 투자회사 벌컨을 설립하고 다양한 비영리 연구 프로젝트에 관여해 왔다. 민간 우주선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가 하면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를 위한 박물관을 설립하기도 했다. 스포츠 비즈니스에도 관심이 많아 프로 미식축구팀 시애틀 시호크스와 프로 농구팀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에 투자하기도 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앨런은 MS의 공동창업자로서 조용하고 끈질긴 방식으로 마법과 같은 제품과 경험, 제도들을 만들어냈다”며 “그는 그렇게 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켰다”고 애도했다.
여동생인 조디 앨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빠는 모든 면에서 놀라운 사람이었다”며 “폴의 가족과 친구들은 그의 위트, 따뜻함, 관대함, 깊은 배려를 경험할 수 있는 축복을 누렸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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