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서부 콘월에 거주 중인 36세 네빈 먼은 그의 찬장을 파스타와 쌀로 가득채웠다. 몇 주 동안 5인 가족들이 먹을 수 있는 충분한 양이다. 플라스틱 통에는 비상약이 한가득이다. 마당의 물탱크에는 1000리터 가량의 물도 저장돼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먼과 같은 ‘브렉시트 준비족(Brexit preppers)’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8개월 동안 영국은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아무런 합의 없이 EU에서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갑작스러운 국경 단절까지도 염두에 둬야하는 상황이다.
영국은 EU에서 식품의 3분의 1을 수입하고 있다. 항구와 고속도로가 막힌다면 식품 공급 과정이 복잡해지고 심할 경우 식료품 공급에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가 EU와 첨예한 협상을 지속하는 가운데 영국인들은 만약의 위협에 대비하고 있는 양상이다.
앞서 언급한 먼은 “사람들은 2차 세계대전과 당시의 배급 상황과 1970년대 블랙아웃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며 “(브렉시트는) 이 두 상황이 합쳐진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준비족들은 영국의 EU 탈퇴 이후 벌어질 여러 상황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함께 준비하기’라고 쓰인 전단지에는 가스와 전기 공급 중단, 식품과 의약품 부족 등으로 야기되는 위험을 기술하고 있다.
정부는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이 무리 없이 타결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일요일(14일) 도미니크 랍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과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의 회담에서도, 16일 영국 내각회의에서도 브렉시트에 대한 최종 입장을 도출하는 데 실패해 국민의 불안감이 쉽게 불식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EU에서 수입되는 의약품에 의존하고 있는 환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제약 회사들은 정부의 권고에 따라 6주 분량 의약품을 구비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그 기간이 지날 경우 특별한 대책은 없다.
이 전단지를 쓴 제임스 패트릭은 “많은 것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최악의 결과에 대비할 수 있다. 준비가 과도하다고 죽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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