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16일(현지시간) 사우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계좌에 1억달러를 송금했다.
이는 사우디가 이슬람국가(IS)로부터 해방된 시리아 안정을 위해 미국에 약속한 돈. 그동안 미국이 해외에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동맹국에 더 많은 청구서를 제시하겠다고 밝혀 온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시리아 정책과 관련한 익명의 미국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송금 시기가 우연이 아니다”라고 보도하며 자말 카슈끄지(영어권에서는 카쇼기로 발음)의 실종 및 살해 사건을 두고 양국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의혹을 제기했다.
사우디 출신 칼럼니스트 카슈끄지는 지난 2일 결혼식을 위해 약혼녀와 함께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 후 실종된 뒤 현재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카슈끄지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이들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우디 왕실의 이미지가 크게 타격을 받을 위기에 처해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를 두둔하고 있다는 점도 양국 간 거래 의혹을 더욱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카슈끄지가 피살된 데 사우디의 책임이 드러날 경우 ‘가혹한 처벌’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통화한 뒤 카슈끄지가 불한당 살인자(rogue killer)의 피해자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우디를 두둔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죄 입증 전까지는 유죄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사우디의 유죄를 단정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이러한 지원과 함께 사우디 정부는 현재 카슈끄지가 심문 중 피살됐으며 이는 왕실의 지시나 승인 없이 실시된 작전에 따른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왕실과는 관련이 없는 쪽으로 몰아가려 하는 것.
그러나 브렛 맥거크 IS 격퇴 담당 미 대통령 특사는 폼페이오 장관과 사우디의 송금 간에 불거진 의혹에 대해 부인하며 “사우디는 지난 8월 그 돈을 약속했으며 미국은 올 가을쯤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리아 정책과 관련된 한 미국 관계자는 사우디가 8월에 돈을 약속했지만 이날 미국 계좌에 갑자기 들어오기 전까지 (사우디가) 언제 줄지는 불확실한 상태였다고 지적해 양국 간 거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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