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 들어갔다가 참혹하게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호소는 “언론탄압을 중단하고 자유를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카슈끄지의 마지막 칼럼을 게재했다. 필자는 이 칼럼에서 “지금 아랍세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자유”라면서 전 세계가 이를 위해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또 “아랍세계는 권력자들이 만든 철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다”고 비판했다.
카슈끄지의 이 칼럼은 사우디 정부 또는 왕실이 왜 그를 그토록 제거하고 싶어했었는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있게 해주는 단서라고 할 수 있다.
오피니언면 편집자는 지난 2일 카슈끄지가 실종된 다음날 그의 통역 겸 어시스턴트로부터 칼럼 원고를 받았다면서, 그동안 이 칼럼을 게재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가 무사히 돌아와 직접 함께 편집을 할 수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칼럼은 필자가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마지막 원고라면서, 여기에는 아랍 세계의 자유에 대한 그의 헌신과 열정이 오롯이 담겨있다고 지적했다. 편집자는 카쇼끄지가 자유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며, 카슈끄지와 지난 1년간 함께 일할 수 있었던 데에 영원히 감사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슈끄지는 ‘아랍세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언론자유(What the Arab world needs most is free expression)’란 제목의 칼럼에서 프리덤하우스가 펴낸 ‘2018년도판 세계자유’ 보고서를 인용하며, 아랍 세계에서 ‘자유국’에 해당되는 국가는 튀니지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요르단, 모코로, 쿠웨이트는 ‘부분적 자유 국가’ 카테고리에 해당되지만, 나머지 아랍 국가들은 모두 ‘자유롭지 않은 국가’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카슈끄지는 아랍세계에서 국영언론이 공론을 주도하고 있으며, 그 결과 국민 대다수가 잘못된 내러티브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 때 언론인, 학자들, 대중들이 자유로운 아랍 사회에 대해 희망과 기대를 품었지만 이런 기대는 신속하게 산산히 부서졌고, 상황은 오래된 현상유지 상태로 되돌아가거나 이전보다도 더 혹독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우디의 탁월한 작가인 살레 알 셰히가 기득권세력에 반대되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5년형을 받아 수감됐고, 이집트 정부가 알 마스리 알 요움 신문사가 펴낸 신문을 전부 몰수해버려도 이집트 언론인들은 물론 국제사회도 별다른 반발이나 비난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아랍 정부들은 마음대로 언론을 침묵시키고 있으며, 인터넷을 차단하고, 지역 기자들을 체포하며, 광고주들을 내세워 언론사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슈끄지는 튀니지, 카타르 , 쿠웨이트 등 상대적으로 언론자유가 있는 국가들이 있기는 하지만 사우디와 이집트, 예멘 등의 탄압받는 언론들을 위해 나서거나 지원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국가들은 주로 국내 이슈에 집중하고, 아랍세계 전체의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때 아랍세계의 대표적인 자유국가였던 레바논 조차 친 이란 헤즈볼라의 영향력과 극단화된 정치 속에서 제 몫을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카슈끄지는 아랍세계가 외부요인이 아닌 내부 권력자들이 만든 ‘철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다면서, 냉전기 때 ‘자유유럽방송(Radio Free Europe)’의 유럽 공산국가들에게 자유의 메시지를 전했던 것처럼 아랍인들에게도 유사한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967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을 만들어 전 세계의 목소리들을 전달하는 플랫폼 역할을 했던 것처럼, 지금 아랍인들에게도 그런 매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폈다.
카슈끄지는 “아랍세계에서 사는 보통 사람들은 증오 퍼트리는 민족주의적 정부 프로파간다로부터 벗어나, 독립적이며 국제적인 포럼(언론매체)을 통해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칼럼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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