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분단현장에 깊은 관심… 내년초 동북아 방문때 방북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9일 03시 00분


[교황 방북 의사 표명]교황, 언제 어떤 방식으로 北에 갈까

성 베드로 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 17일 오후 6시(현지 시간) 바티칸 교황청 성 베드로
 성당에서 집전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에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했다. 미사를 집전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추기경)은 한국어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시다”라며 미사를 시작했다. 바티칸=뉴시스
성 베드로 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 17일 오후 6시(현지 시간) 바티칸 교황청 성 베드로 성당에서 집전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에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했다. 미사를 집전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추기경)은 한국어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시다”라며 미사를 시작했다. 바티칸=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현지 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한 방문 요청에 “나는 갈 수 있다”고 밝히면서 교황이 방북한다면 언제 어떤 형식으로 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톨릭계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 의사를 밝힌 만큼 빠르면 내년 1월 동북아시아 방문 일정의 일환으로 북한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황은 최근 “내년 일본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중국 선교에 적극적인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공을 들여 왔다. 16일(현지 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시노드’에 참석한 중국 주교 2명은 교황을 만나 중국 초청 의사를 전달한 상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본과 중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평양을 함께 방문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다.

교황 방북이 성사되려면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교황이 어떤 형식으로 방북하느냐다. 교황의 외국 방문은 주로 2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첫째는 사목 방문이다.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서 가톨릭교회를 방문하는 형태다. 북한에는 천주교단체인 조선가톨릭협의회와 평양 장충성당이 있지만 사제는 1명도 없다. 신자의 존재 여부도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두 번째 형태는 정부에서 국빈으로 초청하는 방식이다. 이 역시 정부와 천주교 교회가 동시에 교황청으로 초청장을 보내야 한다. 북한이 정부 초청장은 보낼 수 있지만, 교회는 없어서 초청장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일각에서는 평양교구장을 겸하고 있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방북을 조율하고 교황을 맞는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후 줄곧 분단 현장에 깊은 관심을 보인 데다 북한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 방북하게 되면 기존 형식이나 외교적 프로토콜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천주교주교회 홍보국장인 안봉환 신부는 “교황께서 평소 다소 파격적인 표현을 쓰실 때도 있지만 이번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명확하고 단호하게 방북 의사를 밝히셨다. 그만큼 확실한 의지를 표명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신부는 이어 “교황의 북한 방문은 기존 사례와는 어떻게도 들어맞지 않는다”며 “오히려 교황청에서 교황님의 뜻을 받들어 매우 유연하게 해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교황의 메시지와 관련해 “평화의 사도로서 양 떼를 찾아가는 목자의 모습을 보여주신 교황님께 감사드린다”며 “평화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에 큰 힘을 실어주셨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교황의 방북에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여전히 최악의 인권유린 국가로 꼽히는 북한을 방문하면 교황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교황의 북한 방문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가 얼마나 진전되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정양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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