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20일(현지시간) 자국에 비판적인 글을 게재했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사망을 인정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를 또다시 두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검찰은 이날 자국 국영방송 이크바리야TV를 통해 카슈끄지가 실종 당일인 2일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싸움을 벌이다 피살됐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검찰 측 인사는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 국적 인물 18명이 체포됐으며 여전히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으로 사우드 알카타니 사우디 궁정 고문과 아흐메드 아시리 정보 보좌관이 해임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몹시 난처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즉각적이고 철저하면서도 투명한 조사를 촉구했다.
백악관 또한 새라 샌더스 대변인을 통해 애도를 표명했지만 추후 대응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를 두둔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유세차 향한 애리조나주(州)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우디의 조사 발표 내용을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에게 일어난 일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사우디 지도부가 내게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과의 반대 균형추를 잡기 위해선 사우디가 필요하다”면서 향후 사우디에 어떤 제재를 가하더라도 무기 판매를 취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미국은 내달 5일부터 이란 원유 제재 조치를 발효할 예정이며, 사우디는 이로 인해 줄어들 원유 공급량을 메우겠다고 나선 상태다.
반면 미국 의회에서는 사우디의 발표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사우디 측은 검찰의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왕실의 사건 연루 의혹을 완강히 부정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익명의 사우디 당국자는 이날 로이터 인터뷰에서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카슈끄지의 살해를 지시한 적이 없으며 납치 지시를 내린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카슈끄지의 시신이 영사관에 있다는 흔적은 없으며, 시신이 ‘현지 협력자’(local cooperator)에게 넘겨진 뒤 지금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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