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22일(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에 대해 “아마도 내년 1월1일 이후(after the first of the year)에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볼턴 보좌관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선제 핵 타격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볼턴 보좌관은 이날 모스크바 현지 라디오 방송(Eco of Moscow)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북미정상회담 성과를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직접적인 협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며 “대통령은 김정은과 정상회담에서 전례 없는 성과를 달성하고 재차 그와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비핵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북미회담이 미 중간선거(11월6일) 이후 개최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그 시기를 내년 이후로 제시한 것이다. 앞서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 북미회담이 내년 이후 열릴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이에 따라 2차 북미정상회담은 연내 개최되지 않고, 올해를 넘겨 내년 이후에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만나 북한 비핵화 문제 등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볼턴 보좌관이 이날 파트루셰프 서기와의 회담에서 군축 관련 조약, 시리아·이란·북한 문제, 테러와의 전쟁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담은 비공개로 5시간 동안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 의사를 밝힌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Treaty)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측은 INF 조약 파기가 핵확산 방지 및 무기 통제에 대한 모든 국제적 비확산 체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INF 조약은 지난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조약으로, 사거리가 500∼5500㎞인 중거리·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상대국의 미사일 폐기 여부를 직접 확인 및 감시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한 것으로 냉전시대 군비 경쟁을 종식한 문서로 꼽힌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파트루셰프 서기와 INF 조약 파기 문제를 논의했다며 “우리의 INF 탈퇴 입장이 얼마나 강력, 명료하고 결정적인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은 러시아가 대략 지난 5년 동안 INF 조약을 위반해왔다는 입장”이라며 “왜냐하면 특정 미사일이 개발, 생산되고 배치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이 언급한 특정 미사일은 지난해 실전 배치된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러시아군의 최신형 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칸데르를 대표적인 INF 조약 위반 사례로 꼽아왔다.
볼턴 보좌관은 또한 미·러 간의 INF 조약이 아닌 새로운 다자간 군비감축 협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중거리 탄도·순항미사일 개발국으로 중국, 북한, 이란을 꼽으며 “미국과 러시아는 협정에 포함된 반면 이들 국가는 구속받지 않고 있는데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입장은 러시아마저 INF 조약을 위반하면서 조약에 우리만 남게 됐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INF 파기 이유라고 설명했다.
볼턴 보좌관은 INF 조약과 함께 화두로 떠오른 ‘뉴스타트’(New START·신전략무기감축협정) 조약에 대해서는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뉴스타트 조약은 지난 2011년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핵무기 감축 협정으로 오는 2021년 종료를 앞두고 있다. 양국은 조약에 따라 보유할 수 있는 핵탄두 수에 제한을 받는다.
볼턴 보좌관은 ‘뉴스타트 조약이 연장되나’는 질문에 대해 “조약은 2021년 초까지는 유지된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파트루셰프 서기에 이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90분간 만찬을 함께했다.
그는 방러 이틀째인 23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면담하고, 푸틴 대통령의 외교담당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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