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중미 이민자 대행렬, 사망자 애도위해 하루 멈춰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24일 0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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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과테말라 국경지대에서 출발해 아직도 미국까지 100마일(1600km)이상의 먼거리를 남겨두고 있는 중미 지역 이주민들의 대행렬 ‘캐러밴’이 23일(현지시간) 열렬한 행진을 멈추고 멕시코 남부 지역의 윅스틀라 마을에서 하루를 쉬어가고 있다.

이들은 함께 걷던 동료 이주자 한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을 애도할겸 지치고 물집이 난 발을 쉬게 하고 환자와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이 곳에서 휴식하기로 했다.

아침 해가 떠오르자 수 천명이 비에 젖은 광장 위의 엉성한 천막과 비닐 카버 속에서 기어나왔고, 모포와 비닐로 간신히 몸을 감싼 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기침이 합창 처럼 터져나와 거리에 울렸다. 많은 사람들이 그 동안 한 낮의 살인적인 더위와 햇볕에 그을린 뒤 야간의 심한 추위를 견디어내면서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온두라스의 텔라에서 온 에드윈 엔리케 히메네스(48)도 심한 기침을 하면서도 아직도 미국에 가서 꼭 취직을 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아직 내 두 발은 멀쩡하다”고 그는 말했다.

이동 의료차가 아침 일찍 광장에 와서 정차한 뒤 이민자들에게 치료를 해주고 있다. 이 곳 시청 직원 다니엘 로페스는 시에서 음식과 물, 기본적인 진통제와 기침약 , 수액 등을 제공해주고 있지만 일부 어린이들은 고열로 신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들은 밤 사이에 촛불을 켜서 십자가 모양으로 배열해 놓고 22일 고속도로를 달리던 트럭의 초만원 짐칸에서 떨어져 사망한 온두라스 남성에 대한 간단한 추모 예배를 지냈다. 이주자들을 인도하는 시민단체 푸에블로 신 프론테라스의 활동가 아리네오 무히카는 “오늘은 행진을 멈춘다. 오늘 23일 하루는 애도의 날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 동안 이 곳에서 휴식을 취한 뒤 24일 새벽에 해안선을 따라 60km떨어진 마파스테펙까지 행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종류의 이주자 행렬인 캐러밴은 몇 해 동안 정기적으로 나타났지만 별로 대단한 관심을 끌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공화당 지지세력의 결집을 위해 이주자 행진을 자주 이슈로 삼는 바람에 더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들에게 관대한 이민법을 민주당 정권 탓으로 돌리면서 (증거는 없지만) 중동의 살인범죄 조직인 MS-13대원들과 정체 불명의 “중동인들”이 이주자 행렬에 섞여서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행렬은 7000여명으로 불어나 과테말라 국경에서 75km 거리까지 왔지만, 아직도 멕시코와 미국 국경지대인 텍사스주 매캘런 까지 가려면 1000마일(1600km) 이상이 남아있다. 더 먼 캘리포니아주의 샌디에이고-티후아나 국경까지 가려면 그 보다 두 배나 더 멀다.

미국 국경까지 가더라도 이주자들이 원하는 난민자격이나 귀화가 허용될 확률은 매우 낮다. 미국이 법적으로 빈곤이나 조직범죄단의 폭력을 피해 도망친 사람은 난민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해에도 앞서 더 작은 규모의 이주자 캐러밴이 캘리포니아 국경 세관에 도착했지만, 행진 도중에 흩어지거나 줄어들어 처음 출발시 1200명이던 대열 중 겨우 200명 만이 국경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이미 1700명이 낙오해서 멕시코에 난민신청을 하기 위해 뒤에 남았으며, 다른 500명은 온두라스로 귀국하기로 했다고 멕시코 당국은 말하고 있다. 사람들이 멕시코에 남거나 각자 자기 길을 가면서 행렬에 남는 숫자는 점점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윅스틀라 광장의 사람들은 23일 아침에 이를 닦고 구호품으로 도착한 음식과 생필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서기도 하면서 한 편으로는 광장 한 쪽에 쌓인 쓰레기를 운반하기 좋게 분류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온두라스출신의 윌프레도 아나야란 남성은 종이컵에 동전을 모금해 광장청소와 쓰레기 처리에 쓸 비닐 봉투를 살 돈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는 “이런 일이 한동안 계속 되어야 하니까 우리끼리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만원의 광장 한 쪽에는 간이 이동식 화장실이 설치되었고 몇 백명은 시내 변두리에 있는 야구장을 숙소로 이용했다. 그 곳에는 화장실도, 구호 식품도 없다.

미국에 있는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간다는 온두라스의 안토니오 구스만은 갱단에게 보호비 명목을 돈을 뜯겨 살수가 없어서 뒤늦게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밀입국 브로커에게 줄 수천 달러를 모을 수가 없어서 비교적 안전하고 돈도 덜드는 캐러밴 행렬에 가담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매일 매일이 고생스럽지만 “ 우리는 점점 더 힘을 느낀다. 여자들과 아이들까지 걷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고 느끼게 된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국민들이 떠나는 것을 막지 못한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정부를 비난하면서 22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이들 나라에 대한 원조를 끊거나 대폭 삭감하겠다고 위협했다. 또 미국 남부 국경에 군대를 배치해 이민들을 막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국가 비상사태”라고 선언한 이후에도 이를 위한 특별한 행동에 나서는 기미는 없다.

이민 권리를 위한 활동가들은 트럼프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민행렬과 국경 보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무히카 활동가는 “이제 행진을 그만두면 이익을 얻는 건 트럼프 뿐이다. 우리가 여기서 멈추면 누가 승리하는가, 바로 트럼프다”라고 말했다.

【윅스틀라( 멕시코)=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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