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美무역압박 맞서 밀월 연출
폼페이오, 8일 방중때 면담 퇴짜… 왕이와 회담후 식사대접도 못받아
아베, 시진핑-리커창과 3번 식사… 기업인 500명 동행 경제협력 논의
일각 “日, 美-中 사이 위험한 줄타기”
미중 관계가 계속 악화되는 가운데 25일 중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중국이 극진히 환대하면서 중일 양국이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이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중했을 때는 그동안의 관례와 달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면담을 거부하는 등 의도적인 모욕을 줬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중국 측 소식통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이 이달 8일 방중했을 때 중국 측으로부터 모욕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시 주석 면담을 원했지만 중국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회담 시간은 1시간이 채 안 됐고 왕 부장은 회담 내내 폼페이오 장관에게 미국의 무역전쟁을 비난하는 말을 했다. SCMP는 “왕 위원은 회담 뒤 폼페이오 장관에게 식사 대접도 하지 않았다. 이는 무례했다”라는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의 국방 관료 등 일부 관계자들은 왕 위원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혀 중국 정부 내에 이견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일본 총리로는 7년 만에 중국을 공식 방문한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베이징(北京)에 도착하자마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회동했다. 아베 총리의 방중에 맞춰 베이징 중심부의 톈안먼(天安門)광장에 일본 국기가 내걸렸다.
리 총리는 이날 중일 우호조약 40주년 기념 리셉션 축사에서 “중일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함께 수호하길 바란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과 중국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시간이 오고 있다”고 화답했다.
리 총리는 리셉션이 끝난 뒤 아베 총리에게 만찬을 대접했다. 리 총리는 26일 오전에도 아베 총리에게 정식 환영행사를 베푼 뒤 회담하고 부부 오찬을 함께한다. 26일 저녁엔 시 주석이 아베 총리와 회담한 뒤 두 정상 부부가 함께하는 만찬을 대접한다. 아베 총리가 27일엔 특별한 일정 없이 오전에 베이징을 떠나는 점을 감안하면 이틀이 채 안 되는 약 42시간 동안 시 주석, 리 총리와 3번이나 밥을 같이 먹는 것이다.
시 주석으로선 미중 갈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동맹인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오는 전방위적 압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아베 총리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무역 관련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중국과 경제무역 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방중에는 일본 경제 관계자와 기업인 500여 명이 동행해 양국 간 경제협력 관련 협의를 진행한다. 양국은 회담을 통해 2020년 도쿄 올림픽,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때까지 ‘5년간 3만 명의 청년 교류를 이뤄낸다’는 새로운 목표를 내걸게 된다.
아사히신문은 과거 양국 간에 정치문서 4개가 나온 것에 빗대 ‘제5의 정치문서’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양국 간에는 1972년 중일 공동성명(국교정상화 문서)에 이어 197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1998년과 2008년 중일 공동선언이 나왔다. 다만 일본 관가와 경제계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미중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아베 총리는 방중 직전 중국 언론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두 나라의 평화우호조약에 ‘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에서 패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된 것을 언급하며 “조약 발효에서 4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가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원칙”이라고 말해 중국의 팽창주의를 견제하기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