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태풍 ‘위투’(Yutu)가 25일(현지시간) 태평양의 미국 자치령 ‘북마리아나 제도’를 강타하면서 사이판 공항이 폐쇄돼 한국인 약 1000명이 고립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이판에 고립된 한국인들을 도와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25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현재 사이판에 고립된 한국 국민들을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다는 청원인은 “사이판 공항이 폐쇄되어 오도가도 못 하는 신세”라며 “전기가 나가서 핸드폰 후레쉬에 의지하며 물도 끊겨 씻지도 용변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집안의 창문이 깨져 유리파편과 비가 온 집안으로 들어왔고, 저희는 부랴부랴 짐을 싸서 그나마 안전한 방인 안방으로 피했으나 창문이 깨질 듯하여 매트리스로 창문을 막고 밤새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침에 본 창밖의 상황은 참담하다. 온 집의 천장이 날아갔고 나무와 전봇대가 집과 차를 덮치고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며 “건너편 건물에 부상당한 한국인도 보았다. 전기도 끊겨 핸드폰이 언제 꺼질지 모르는 상태로 외부와 연락마저 두절되면 더 암담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길거리의 나무들은 대부분 꺾여 있고, 마트나 일반 가정집들은 지붕이 모두 날아갔으며 호텔의 경우 저층은 물이 넘쳐서 난리가 난 상태다. 지금 호텔은 단수에, 정전에, 인터넷도 제대로 터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재난상황에서는 호텔 숙박비용도 절감된다고는 하지만 25일 당일에만 숙박연장비용이 저렴했으며 그 이후로는 매우 비싼 가격으로 숙박비용을 호텔 측이 내세우고 있어(1박 기준 100만 원 정도), 예상치 못한 태풍이라는 재난상황으로 인해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여행객의 입장에서는 실로 절망적”이라고 했다.
그는 “24일부터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은 모두 결항된 상태이며 어떠한 대체편도 있지 않은 상태에다가, 언제부터 항공편이 뜰 수 있는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항공사 측의 공지에 의하면 11월 말까지 사이판 공항 폐쇄로 인해 비행기 운항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한다”면서 “한국영사관에 연락을 드려도 당장 도움을 드릴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는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심각한 상황을 모르는 듯 하다. 많은 분들이 이 상황을 아시고 도움을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태풍으로 인해 사이판에 고립됐다며 도와달라는 청원이 여러 건 게재됐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사이판 현지 상황을 전하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인스타그램에는 “블록버스터 재난영화 촬영장에 온 기분이었다. 차와 사람이 날아가는 허리케인에 하나씩 날아가는 지붕들 그리고 터지는 창문들, 무너지는 집. 이건 분명 영화 속이었어. 공항도 폐쇄 했다는데 걱정이네..ㅠㅠ(bread._****)”, “여기 진짜 무슨 전쟁터를 방불케 함. 다 깨지고 부서지고(____ry****)”, “창문이랑 문이 다 부서질 것 같음. 대재앙이다. 제대로 관통하고 있는 듯ㅠㅠ 생명의 위협이 느껴진다(sweet.scar****)” 등의 글과 함께 현지 상황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 등이 올라왔다.
외교부에 따르면, 사이판 공항이 24일부터 폐쇄되면서 한국인 관광객 약 1000명의 발이 묶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집계된 우리 교민 및 여행객의 인명피해는 없다.
외교부 및 주하갓냐출장소는 재외국민보호대책반과 현지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24시간 대응하고 있으며 여행사, 항공사 및 한인회 등과 비상연락망을 구축해 우리 국민 피해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향후 우리국민 피해 여부를 지속 확인해 필요한 영사조력을 신속히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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