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피츠버그에서 발생한 유대교 예배당 총기난사 사건 용의자가 유대계 친이민단체인 ‘HIAS(히브리인 이민 지원 협회·Hebrew Immigrant Aid Society)’에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을 계기로 이 단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외신들에 따르면 총기난사 용의자인 로버트 바우어스는 범행 전 자신의 SNS에 “HIAS는 우리 국민을 살해하는 침략자들을 데려오는 걸 좋아한다”고 강력 비난했다.
HIAS는 1881년 맨하탄 지역에서 종교·정치 신념으로 인해 박해를 받거나 추방된 이들을 돕는 단체로 시작했다. 초기 이들의 지원 대상은 주로 유대인으로, 홀로코스트 범죄가 자행됐던 기간 유대인들의 유럽 탈출을 도왔다.
이 단체는 그러나 1970년대 공산화 국면에선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출신 난민들을 돕는 데 힘썼으며, 200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비유대계 난민·망명 신청자들에 대한 지원에 힘써왔다.
멜러니 니저 HIAS 공보부수석은 “새로운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감정이입을 토대로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며 “우리는 또 다른 망명 신청자들에 대한 법률적·사회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결정했었다”고 했다.
HIAS의 이같은 행보가 결국 미국 내 반(反)이민주의자들에게 반감을 샀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HIAS는 반이민주의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 행정부와도 긴장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미 현지 언론인 애틀랜틱은 “HIAS는 연방정부의 이슬람 난민 여행 금지 관련 소송 상대방이었다”고 지적했다.
미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캐러밴 등 이민자 이슈가 점차 부각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반이민 발언 등을 강화하면서 이번 사건 용의자인 바우어스와 같은 반이민주의자들이 HIAS는 물론 이 단체를 이끄는 유대인들에게 공격적 감정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이민정서보다 앞서 횡행했던 반유대주의 자체에 더 무게를 둔 시각도 있다. WP는 “(바우어스의) 대학살은 미국 역사에 깊게 뿌리내린 냉엄한 현실을 보여준다”며 “반유대주의와 반이민정서는 (미국 역사에서) 오랫동안 불가분의 관계였다”고 지적했다.
WP는 특히 피츠버그 총기난사 직전 벌어졌던 폭발물 소포 사건을 거론, “20세기 초 (이민을 제한하기 시작한) 이민 정책의 추동력이었던 반유대주의는 미국인의 삶에서 사라지지 않았다”며 “반유대주의는 (유대인인) 조지 소로스에게 폭탄이 보내진 이유”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주의가 그보다 앞서 미국 사회에 존재했던 반유대주의를 더욱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에 기반을 둔 국제적인 유대인 비정부기구 ADL(Anti-Defamation League)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내 반유대주의 사건은 57% 증가했다. 니저 공보수석 역시 “미국 내 유대인 사회는 초조해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두 긴장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WP는 “(바우어스의 표적이 된) 그 유대 예배당(시나고그)이 HIAS와 관련됐기 때문에 목표가 된 게 아니다”라며 “증오심을 내뿜는 사람들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유대인에게 화풀이를 하기 마련이고, 그래서 공격 타깃이 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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