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운항시작 보잉 최신 기종… 전날 기술적 결함 발견돼 정비
일각선 “정비 부실로 사고 의혹”
한국인 탑승객은 없는듯
승객 181명과 승무원 8명을 태우고 29일(현지 시간) 오전 6시 20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를 떠나 수마트라섬 동쪽의 방카섬 팡칼피낭으로 향하던 인도네시아 항공사 라이언에어 JT610편 보잉737맥스8 여객기가 출발 직후 바다에 추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 공항에서 이륙한 이 여객기는 13분 뒤 고도 910m에 이르고 나서 교신이 끊겼다. 인도네시아 교통부는 “사고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지기 전 ‘공항으로 돌아오라’는 관제센터의 지시를 수신했다”고 밝혔다. 수색구조청 대변인은 “비슷한 시간에 자카르타 항구를 출발하던 예인선 탑승자들이 여객기 추락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 동쪽 카라왕 인근 해상에서 운항 중이던 선박과 수색대가 사고기 탑승자의 가방과 휴대전화, 부서진 좌석 등 잔해를 건져냈다. 추락 후 12시간이 지나면서 사망자 시신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수색구조청은 “잔해 상태를 볼 때 생존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인 탑승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생존자가 없다면 이번 사고는 2015년 10월 이집트에서 러시아로 가던 러시아 여객기 안에서 폭발물이 터져 탑승자 224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 이후 희생자 수로는 최대 규모의 항공기 사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이륙 시점의 기상 환경은 양호했다. 추락한 기체가 올해 제작돼 8월 운항을 시작한 최신 기종이라는 사실로 미루어 인도네시아 항공 시스템의 고질적 정비 부실과 안전 불감증이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14년 12월에도 수라바야를 떠나 싱가포르로 향하던 에어아시아 소속 에어버스 A320 여객기가 바다에 추락해 탑승자 162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기가 추락 하루 전인 28일 발리 덴파사르에서 자카르타로 오던 중 기술적 결함이 발견돼 착륙 후 정비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정비 부실에 대한 의혹은 한층 커졌다. 그러나 에두아르드 시라잇 라이언에어 최고경영자(CEO)는 “사고기는 출발 전에 적절한 기술적 점검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라이언에어 측은 또 “기장과 부기장은 각각 6000시간, 5000시간 이상의 비행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었다”며 조종 기술 미숙에 대한 의혹도 부인했다.
추락한 737맥스 기종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항공사가 라이언에어라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보잉사는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언제든 기술적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00년 설립된 라이언에어는 여객기 300여 대를 국내외 183개 노선에 띄워 인도네시아 항공업계에서 4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대형 저가항공사다. 최근 수년간 특히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2년에는 보잉사에 224억 달러(약 25조5800억 원)를 주고 이번에 추락한 737맥스8 201대 등을 구입했다. 당시 737맥스8은 개발 중인 기체였다.
라이언에어 여객기는 2002년부터 여러 번 사고를 냈다. 2013년에는 보잉737-800기가 발리에서 착륙하다가 활주로를 벗어나 바다에 떨어졌다. 기체가 동강났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같은 해 동일 기종이 잘랄루딘에서도 착륙 중 활주로에서 이탈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연합(EU)은 2007∼2016년 정비 부실 등의 안전 문제로 라이언에어를 포함한 인도네시아 항공사들의 유럽 운항을 금지한 바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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