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조율 등을 위해 북한에 제의했던 고위급 회담이 다음달 6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야 뉴욕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인 이번 선거가 마무리된 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중간선거에 올인(다걸기)하다시피 하고 있는데다, 북한도 미국 언론의 주목도 등을 고려하고 있어 선거 이후로 고위급회담 일정이 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빠르면 다음달 9일 전후에 열릴 수 있지만, 같은 달 셋째 주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9일 “열흘 정도 후 여기(미국)에서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리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그가 밝힌 목표 날짜에서 최소 열흘 이상 더 늦어지게 되는 셈이다.
회담 장소로는 워싱턴과 뉴욕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북한이 유엔 주재 대표부를 두고 있는 뉴욕에서 열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소식통은 “뉴욕은 북한이 대표부를 통해 보안을 유지하면서 본국(북한)과 소통할 수 있어 협상 장소로 선호하는 곳”이라며 “5월말~6월초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했던 것도 그런 점들을 중요하게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 파트너가 누가 될 지도 관심이다. 이달 초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 김영철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모두 배제되고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배석하면서 김 부부장의 방미 가능성도 거론돼왔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적다는 지적이 많다. 소식통들은 “북-미 간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른바 ‘백두혈통’이 미국 영토를 방문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처음부터 김 부부장의 방문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공식 카운터파트인 리 외무상도 비핵화 이슈를 주도할 정도의 비중은 없어 결국 김영철 부위원장이 5개월여 만에 다시 미국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김영철 부위원장이 미국에 가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1일부터 프랑스에서 열리는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 참석차 출국할 예정이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이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북-미 고위급회담에서는 내년 초로 예상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비롯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 및 미국의 상응 조치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될 전망이다. 클 틀에서 의견조율이 되면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실무회담을 통해 세부 내용을 조율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고위급회담에서 제재 완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은 제재 완화보다는 신뢰 회복에 초점을 두고 협상을 이끌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에 필요한 제재 면제에는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철도연결사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면제 조치가 우리 정부 기대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 소식통은 “북-미가 본격적인 협상을 앞둔 시점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는 데 미국 정부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철도연결 사업 이외에도 우리 정부가 요청한 제재 면제 조치에 대해 미국이 종합적이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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