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총수 자격으로 베트남 총리와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베트남 총리실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김포공항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출국한 이 부회장은 하노이 베트남 총리실에서 약 1시간 동안 푹 총리와 만나 비공개로 면담을 진행했다. 푹 총리는 “베트남을 세계 최대의 생산기지로 삼고 지속적 투자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베트남을 세계 최대의 전략적 기지로도 활용해 달라”며 베트남에 있는 연구개발(R&D) 센터의 설립을 통해 인력 개발, 기술 이전 등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이에 대해 “베트남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장기적으로 투자를 지속하겠다”며 “현지에서의 R&D를 확대하는 한편, 베트남 협력사들과 거래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화답했다. 푹 총리는 “베트남이 전자정부를 추진하려고 하는데 삼성전자가 전자정부 구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만큼 그와 관련한 노하우를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베트남 방문은 최근 중국 업체 등과의 경쟁으로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글로벌 스마트폰 사업 전략을 재점검하고 성장세인 동남아시아 시장 주도권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베트남에 휴대전화 3공장을 건립하는 논의가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14년 24.7%에서 올해 2분기 20.4%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은 2014년 영업이익이 14조 원을 넘기며 최대 ‘효자 사업부’였지만 지난해 반도체 사업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베트남은 삼성전자의 주요 생산기지다. 삼성전자는 2008년에 베트남 하노이 인근 박닌성에 휴대전화 1공장을, 2013년 타이응우옌성에 휴대전화 2공장을 짓고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의 절반(약 1억5000만 대)을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삼성이 자국 경제성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이달 초 삼성전자에 3급 노동훈장, 삼성디스플레이에 총리 표창을 수여했을 정도로 양측의 사이도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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