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나카타-우에다 씨 21년간 소송 도와
日시민단체 야노 씨 “한국판결 환영”
“이번 판결 외에도 미쓰비시중공업의 책임을 묻는 소송처럼 해결되지 않은 문제 또한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해결을 위해 힘써야 합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30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승소 확정 판결을 받는 데 도움을 준 일본인 나카타 미쓰노부(中田光信·64) 씨는 선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일본제철의 배상과 일본 정부의 태도 전환을 촉구했다. 일본재판지원회의 사무국장인 나카타 씨는 우에다 게이시(上田慶司·60) 씨와 함께 1997년 일본 법원에 처음 소송을 낼 때부터 지금까지 21년간 피해자들과 함께했다.
나카타 씨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일부 승소한 2013년을 떠올리며 “그해 7월 기자회견장에는 여운택, 이춘식 할아버지가 함께 계셨다. 그땐 소송에 참여한 네 분 모두 살아 계셨는데 지금은 한 분만 있다. 시간이 정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나카타 씨는 “일본 인터넷에서 소송에 대해 비난 댓글이 많다는데, 피해자들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피해자들은 정말로 엄혹하고 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일본 교토시와 오사카시 공무원이었던 나카타 씨와 우에다 씨가 신일본제철 강제징용 피해자를 돕기 시작한 건 1997년부터다. 그해 크리스마스 무렵, 한국에서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가 도움을 요청한 것이 계기였다. 일본에서 한국인 피해자를 돕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거절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날 본보 기자와 만나 “한국 사람들이 겪었던 문제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오래도록 한국과 일본이 가까이 지내지 못할 것 같았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어려움이 커졌다. 일본의 정권이 바뀌고, 배상 문제에 소극적인 아베 신조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부터는 두 사람을 반일 인사로 보는 주위의 시선이 강해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양국 사이의 갈등을 잘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힘을 냈다고 했다. 두 사람은 21년간 재판을 도우면서 한국과 일본을 30∼40여 차례나 오갔다. 비행기와 숙박 비용은 모두 자비로 충당했다.
이들 외에 일본 현지에서 소송을 도운 일본인도 있다. 약 20년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소송을 도와온 일본 시민단체 ‘강제연행·기업 책임추궁 재판 전국네트워크’의 야노 히데키(矢野秀喜) 사무국장은 30일 본보 기자와 만나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이제는 신일본제철이 나서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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