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와 장에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요구르트나 건강식품에 함유된 ‘프로바이오틱스’를 함부로 먹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1일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의공학과 신우정 박사 연구팀은 사람의 세포를 활용한 실험을 통해 프로바이오틱스가 장에서 영양소를 흡수하는 털인 융모를 절반으로 줄이고 위장벽을 보호하는 점액인 ‘뮤신’ 분비량을 70%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사람의 장세포를 올려놓은 전자회로인 ‘장기칩(Organ-0n-a-chip)’을 통해 정상인 장과 대장염에 걸린 장에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한뒤 48시간동안 소화기관에 어떤 현상이 생기는지 관찰했다. ‘장기칩’은 세포를 배양해 관찰하는 것보다 다른 세균의 영향을 배제할 수 있고, 전기적 회로를 이용해 물리, 화학적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결과, 손상된 장벽에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한 경우는 소장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융모의 길이가 0.07밀리미터(mm)로 쪼그라들었다. 정상 장벽은 0.14mm로 실험 전과 변화가 없었다. 융모의 길이는 보통 0.1mm~1mm다. 길이가 짧을수록 지방산과 포도당 등을 흡수하기 어렵다. 또 손상된 장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소화시킬 때 분비되는 뮤신의 양이 정상인의 30% 수준에 그쳤다. 장의 크기, 성별 등은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에 유익한 살아있는 미생물을 의미한다. 유산균이 대표적이다. 유산균은 요구르트, 건강식품 등을 통해 섭취할 수 있으며, 변비예방과 면역 형성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최근 프로바이오틱스를 많이 먹으면 장에서 가스가 생기고 설사와 복통을 유발한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이에 연구진은 프로바이오틱스 등 유산균이 손상된 장벽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과정에 주목했다. 염증이 일어나는 과정을 밝혀낸다면 대장암, 위암 등을 고치는 표적항암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실험에서 연구진은 염증이 생긴 대장과 소장에서 프로바이오틱스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여기에 추가로 비만인 사람은 프로바이오틱스가 든 유제품을 계속 섭취하면 높은 당 함량으로 인해 체중을 증가시킨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신우정 박사는 “이번 연구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은 장 건강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입증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10월호에 실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