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31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기업 총수들에게 ‘평양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말한 것과 관련, “상당히 핀잔을 주는 거고, 구박을 주는 것”이라면서 “우리 기업인들을 상대로 해서 한 말이 아니고, 그게 상부에 보고되기를 기대하고 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4·27선언 이행이 잘 안 되고 있다고 지금 북한 지도부 내에서 불만이 좀 있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정상회담 이후에 남북 장관급, 고위급회담을 한번 판문점에서 또 하지 않느냐”면서 “그것이 끝나고도 리선권 위원장이 우리 조명균 (통일부) 장관한테 상당히 핀잔을 주는 조로 얘기를 한 게 또 보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선권 위원장이) 원래 말을 좀 강하게 하기는 한다”면서 “그런데 그게 북쪽에서는 사실은 뒤에 있는 최고권력자에게 충성의 맹세로 그런 강한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런데 지금 그 리선권 위원장이 뭘 잘못 알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북쪽은 최고권력자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이는 사회다. 여론도 그쪽으로 조성된다. 최고권력자가 그쪽으로 가려고 하면 다 따라가게 돼 있다. 그런데 우리는 대통령도 국민 여론을 의식해 가면서 한 발짝 먼저 나가든지, 반 발짝 먼저 나가든지 그런 여론으로 정치를 하는 사회”라면서 “남쪽에서 남북관계를 끌고 나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서 지금 그것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런 식으로 혼을 내는데 우리 기업들이 대북투자를 앞으로 할 수 있겠느냐. 내가 볼 때도 적어도 거기 평양 가서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핀잔을 듣고 온 기업은 투자를 못 한다”면서 “물론 기업은 수익이 보장된다거나 투자를 해서 많은 효과를 거둬들일 수 있다고 생각을 하면 그런 걸 생각 안 하고 투자하지만, 적어도 국민여론 관점에서는 이거 투자 못하게 만드는 거다. 4·27선언 이행이 더뎌 내부적으로 불만이 있는 것은 짐작이 가지만, 4·27선언에 기업인들의 대북 투자를 보장한다는 얘기는 없다. 기업인들이 김정은 위원장한테 서약을 한 적도 없다”고 꼬집었다.
또 “실제로 (리선권 위원장) 자기는 점수를 땄는지 모르지만 남북관계는 적어도 기업인들의 대북투자 진출은 어렵게 만들었다”면서 “재벌기업인들도 매우 기분 나빴을 거 아니냐. 그 불평을 어디인가에 돌아와서 했을 거다. 그게 지금 입소문이 나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한테 전달이 됐던 건데 이것은 북쪽에서 심각하게 사과를 하든지 조치를 취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쪽에서 앞으로 남북대화 하는 일선에 나서는 사람들이 남한의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고 나와야 한다는 얘기를 내가 해 주고 싶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도 모르나. 한 번 뱉어놓은 말은 반드시 그건 시간의 문제이지 반드시 퍼지게 돼 있다”면서 “(그 말은) 문재인 대통령을 굉장히 어렵게 만드는 거다. 어떻게든지 북미정상회담을 다시 성사시켜주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어떻게 하나. 김정은 위원장이 엄하게 질책을 해서 그런 태도가 앞으로는 드러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든지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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