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상 요구에 응하지 말 것”…日, 강제징용 판결에 강경대응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일 16시 26분


아베 총리의 트위터에 올라온 일본인들의 ‘단교 주장’ 게시글
아베 총리의 트위터에 올라온 일본인들의 ‘단교 주장’ 게시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배상과 화해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처럼 배상 문제로 소송 중인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이 같은 지침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명회는 대법원 판결이 난 직후인 31일부터 시작됐으며 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심리 중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모두 14건으로 피고인 일본 기업은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코시 등 87곳에 이른다.

이번 설명회는 외무성, 경제산업성, 국토교통성, 법무성 등 일본 정부 부처가 연합해 공동으로 여는 것으로 향후 한국에서의 소송 대책 논의 및 정부의 지원 방식 등을 논의하는 자리인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강제징용 문제는 이미 해결이 끝난 일이고 일본 기업이 배상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 위주”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미국 유럽 등을 상대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내용의 홍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구(舊) 조선반도(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징용공’이라는 표현이 아닌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고 말씀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강제 동원의 뜻이 담긴 ‘징용공’이라는 표현을 앞으로 쓰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와 함께 여당인 자민당 의원들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한국 정부의 대응 방침을 기다리겠다”고 밝힌 기존 입장과 달리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부장관은 “일본 정부는 한국이 조속히 조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ICJ 제소 등 모든 선택사항을 시야에 둘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도 한국에 대한 대응을 강경하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아베 총리의 SNS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베 총리의 트위터에 올라온 일본인들의 ‘단교 주장’ 게시글
아베 총리의 트위터에 올라온 일본인들의 ‘단교 주장’ 게시글
현재 아베 총리의 SNS에는 지난달 30일 한국의 대법원 판결 확정 후 아베 총리가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국제법에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고 말한 영상과 글이 게재돼 있다. 이 게시물을 중심으로 “일본 국민은 더 이상 한국의 반일 활동을 견딜 수 없다”, “유감 표명으로만은 무리다” 등의 한국 관련 비난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글 게시 이틀 만에 4000명 가까운 누리꾼들이 릴레이 형태로 글을 올렸다.

이 중에는 “완전하고 최종적, 불가역적인 국교 단절을 원한다” 등 한국과 국교 단절을 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상당수다. ‘재일교포 및 재일조선인의 강제송환’ 같은 헤이트스피치(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성 청원이나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 철수 같은 경제 제재에 대한 청원도 있었다. 일본 SNS 상에서는 1일 현재 ‘일한단교(日韓斷交)’라는 단어가 해시태그(#)가 달린 채 인기 검색어로 등장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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