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타격 커지자… 시진핑 ‘AI 굴기’ 카드 꺼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일 03시 00분


첨단기술 ‘제조 2025’ 강력 의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인해 경기 후퇴 우려가 제기되자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인공지능(AI) 핵심기술 확보를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절박하고도 전략적인 동력’으로 규정하고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큰 타격을 입은 데다 개혁 개방 40주년에 오히려 국영기업에 밀리는 ‘국진민퇴(國進民退)’로 불안감이 커진 중국 민간기업 대표들을 최초로 불러 좌담회를 여는 등 기업 달래기도 본격화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공산당 정치국 위원(핵심 지도부)들과 함께 AI 발전 상황에 대해 9차 집체 학습을 벌였다. 현재의 상황을 “중국 경제의 발전 방식이 변하고 경제 구조를 최적화해 성장동력을 변화시키는, 난관을 돌파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시 주석은 “차세대 AI의 중대한 혁신으로 (중국 경제에) 힘을 보태는 것이 절박하게 필요하다. AI 산업 발전이 중국의 질 높은 발전에 새로운 동력(에너지)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핵심 기술을 선점하고 장악해 (중국의) 부족한 부분을 극복해야 한다” “독창적인 능력을 중점으로 삼으라” “중국 AI가 이론과 연구에서 선두를 달리도록 보장하라” 등의 주문을 쏟아냈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경제 발전을 위해 첨단기술을 도둑질했다”는 비난과 함께 반도체, 통신 등 제조업 분야에서 제재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시 주석의 메시지는 대미 의존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첨단기술, 핵심기술 확보를 통해 ‘중국 제조 2025’(2025년까지 첨단기술 분야의 선두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계획)를 달성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1일에는 첫 민영기업 좌담회를 주재하면서 “전혀 흔들리지 않고 비공유제(非公有制·민간) 경제 발전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중국 민간 경제는 장대해질 뿐 약화되지 않는다. 나아가 더 큰 무대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기본 경제제도를 부정, 의심, 동요하는 모든 언행은 당과 국가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모든 민간 기업은 완전히 안심해도 된다”고 달랬다. 최근 부쩍 늘어난 ‘개혁 개방 후퇴’ 비판을 겨냥한 것이다.

시 주석은 좌담회에서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분명히 상승하고 있다. (경제) 하락 압력이 커지고 기업 경영의 어려움도 비교적 많다”며 경기 부양 대책을 시사했다. 시 주석이 올해 미중 무역전쟁 이후 경기 둔화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2로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50 이하면 경기 하락을 뜻하는데 간신히 50을 넘었다.

특히 민간 중형, 소형 기업의 PMI는 각각 47.7, 49.8을 기록해 이미 경기 하락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기업으로 구성된 국영기업들보다 중국 민간기업들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훨씬 심각한 타격을 받은 것이다.

중국 매체들은 “국내외 시장 수요가 하락 추세”라며 “수출 성장이 하락하고,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자신감이 확실히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내년 봄에 경기 둔화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같은 날 폭스뉴스 라디오 방송에서 중국의 첨단기술 지식재산권 탈취에 대해 “초강대국, 세계 지도국에 걸맞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 국가안보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중국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정상국가처럼 행동하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미중 무역전쟁#시진핑#ai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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