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간 고위급 회담이 임박했지만 미국은 대북 제재 문제에 여전히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찾아 “우리를 변화시키고 굴복시켜 보려고 악랄한 제재 책동에만 어리석게 광분했다”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비난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본보 질의에 “우리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임을 주장한다”면서 “경제적 제재는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완화가 비핵화의 뒤를 따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며 “그 지점(비핵화)에 빨리 도달할수록 (그만큼) 더 빨리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는 김 위원장이 합의한 대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단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의 핵 폐기를 직접 검증하기 전까지 제재 해제는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1일 라디오 진행자 마크 리어던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 포기 약속을 왜 믿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이 그렇게 하기로 했기 때문”이라면서도 “미국은 그것을 검증해야 하고, 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어느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이나 나 자신, 미국 행정부가 누군가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우리는 볼 필요가 있고, 알 필요가 있다”며 (비핵화를) 검증할 기회를 갖게 될 때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는 해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같은 날 라스 라슨과의 인터뷰에서도 “검증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달 9일경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갈수록 강해지는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에 대해서는 여전히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거친 표현을 담아 직접 대북 제재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뒤 나온 미국 정부의 반응이어서 향후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논의하는 북-미 간 협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이 ‘선(先) 검증, 후(後) 제재해제’를 거듭 강조하자 2일 “관계 개선과 제재는 양립될 수 없는 상극”이라고 주장하며 비핵화 약속을 뒤집을 수 있다고 위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외무성 권정근 미국연구소장 명의의 논평에서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가는데 (미국은)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라는 외마디 말만 되풀이하면서 대조선 압박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논평은 “미국이 어떤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지난 4월 우리 국가가 채택한 경제건설총집중노선에 다른 한 가지가 더 추가돼 ‘병진’이라는 말이 다시 태어날 수도 있으며 이러한 노선의 변화가 심중하게 재고려될 수도 있다”고 했다. ‘병진’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김 위원장이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를 뒤집고 다시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위협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일본과 유럽연합(EU) 주도로 진행되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논의에 대해 “모략과 범죄적 계책의 산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동신문은 ‘어리석은 자들의 부질없는 망동’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인권결의안에 대해 “허위와 기만, 악의에 찬 비방 중상”이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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