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佛 정상, 일주일간 4차례 함께하며 평화 불밝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6일 03시 00분


1차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
獨대통령과 평화콘서트 참석 마크롱, 10일 메르켈과 휴전협정 열차 회동
11일 개선문 무명용사 묘 참배뒤 파리 평화포럼서 각각 기조연설
극우 열풍속 “전쟁 안된다” 메시지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 도열한 프랑스 병사들 제1차 세계대전 100주년 기념행사가 시작된 4일 독일 
국경과 가까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 프랑스 군인들이 줄지어 서 있다. 1차대전 때 각각 침략국과 피해국이었던
 독일과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이 성당에서 열린 평화의 콘서트를 함께 감상하며 1차대전의 교훈을 되새겼다. 100주년 행사는 
11일까지 일주일간 이어진다. 스트라스부르=AP 뉴시스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 도열한 프랑스 병사들 제1차 세계대전 100주년 기념행사가 시작된 4일 독일 국경과 가까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 프랑스 군인들이 줄지어 서 있다. 1차대전 때 각각 침략국과 피해국이었던 독일과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이 성당에서 열린 평화의 콘서트를 함께 감상하며 1차대전의 교훈을 되새겼다. 100주년 행사는 11일까지 일주일간 이어진다. 스트라스부르=AP 뉴시스
4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 평화 콘서트가 열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는 유럽연합(EU) 의회 본부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더 이상의 전쟁은 안 된다”는 절박감 속에 출범한 EU는 유럽 평화의 상징이다. 이날 콘서트에는 1차대전 침략국(독일)과 피해국(프랑스)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4∼11일 프랑스에서 일주일 동안 지속되는 이번 행사의 시작을 독일 대통령이 알렸다면 마지막은 독일 총리가 맡는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11일 오전 파리 개선문에서 무명용사의 묘에 참배한 뒤 오후부터 사흘간 열리는 ‘파리 평화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파리 평화포럼은 마크롱 대통령이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야심 찬 연례 국제 행사로 올해가 1회다. 참배 하루 전인 10일에는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100년 전 양국이 1차대전 휴전 협정에 사인했던 프랑스 레통드 지역의 열차에서 만나 기념행사를 갖는다.

이처럼 100년 전 침략국과 피해국이었던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일주일 동안 4차례나 함께하며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던질 계획이다. 이 바탕에는 두 차례 전쟁을 일으킨 독일의 철저한 반성이 깔려 있다. 이 기간 전 세계 지도자 60여 명도 프랑스를 찾는다.

이런 평화의 메시지 뒤에는 2차대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지금의 평화가 흔들리고 있다는 강한 위기감이 공존하고 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4일 “11월 9일은 독일 민주주의 100주년이 되는 날이나 이와 동시에 독일 민주주의 아픔의 시작이었다”고 전했다. 100년 전 이날 1차대전 패배로 빌헬름 2세가 퇴위하면서 독일 공화국이 출범했다.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지고, 노조가 활성화되는 등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9일 오전 독일 의회에서 독일 민주주의 100주년 기념 연설을 한 뒤 곧이어 유대인 중앙회당을 찾는다. 이날은 ‘포그롬 1938’ 기념일이다. 독일 민주주의가 출범한 지 20년 뒤인 1938년 11월 9일,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즘이 창궐하면서 이날부터 열흘간 폭력과 방화로 400명이 넘는 독일 내 유대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1일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을 1차대전과 2차대전 사이 1930년대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경고한 것처럼 현재 유럽은 다시 민족주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최근 독일 시위에 나치식 인사가 등장하고 이탈리아에서도 독재자 무솔리니를 미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극우 열풍이 불고 있다.

반면 2차대전 이후 유럽의 흐름을 이끌었던 글로벌 자유주의의 대표주자인 프랑스와 독일의 지도자들은 위기에 처해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4∼11일 일주일 동안 1차대전 때 아픔을 겪은 프랑스 북부와 동부 도시 17개를 방문하는 강행군을 이어간다.

마크롱 대통령의 강행군은 정치적 목적도 강하게 깔려 있다. 이 지역은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의 텃밭이다. 4일 발표된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레퓌블리크 앙마르슈(19%)는 국민연합(21%)에 처음으로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줬다.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 때 글로벌 자유주의와 극우 민족주의 간의 한판 승부가 예고돼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제1차 세계대전#프랑스#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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