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에콰도르대사관서 6년째 거주… 작년 새 대통령 집권후 갈등 지속
고양이 양육 새 거주조건 내걸자 자유 침해 소송 걸었지만 패소
정의로운 폭로자인가, 아니면 최악의 손님인가.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에서 6년째 망명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 그의 망명 생활이 끝날 위기에 놓였다고 CNN 등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에콰도르 법원은 에콰도르대사관이 요구한 새 거주 조건이 자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어산지가 에콰도르 정부를 상대로 낸 기본권 유지 요구 소송에서 정부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어산지 측 법률팀은 “에콰도르가 어산지의 망명 생활을 끝내려 한다”며 항소했다.
대사관 주거 면적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며 살고 있는 어산지 때문에 고충을 겪던 대사관 측이 지난달 어산지 측에 보낸 요구 사항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대사관 측은 △애완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씻길 것 △화장실을 깨끗하게 쓸 것 △식사, 빨래, 의료 비용 등을 본인이 낼 것 등을 어산지에게 요구하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더 이상 대사관에 머물 수 없다고 통보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그동안 어산지의 거주 비용으로 600만 달러(약 67억 원)를 썼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로이터통신은 대사관 직원들을 인용해 어산지가 대사관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축구를 하며 직원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어산지의 고양이는 그가 2016년 누군가에게서 선물받은 것이다. 어산지는 ‘EmbassyCat’(대사관 고양이)이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고양이의 관점에서 사진과 글을 올리며 자신의 지지자들로부터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어산지가 고양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모양인지, 대사관 측은 어산지가 고양이에게 적절한 관심을 주지 않을 경우 고양이를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동물보호단체에 넘기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어산지는 “에콰도르 정부가 나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한다”며 지난달 19일 소송을 냈다.
2017년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 집권 후 어산지와 에콰도르의 갈등은 계속돼 왔다. 어산지가 망명을 신청할 당시 집권 중이었던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은 어산지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데다 반미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중도 성향의 모레노 대통령은 어산지를 골칫덩이로 여기고 있다. 대사관은 올 3월 어산지가 타국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6개월간 어산지의 인터넷 접속을 끊기도 했다.
2010년 미국 외교문건 25만 건을 공개한 어산지는 미국 정부에 의한 간첩죄 기소를 피하기 위해 도망자 생활을 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