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 반(反) 트럼프’ 구도로 치러진 이번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른바 ‘샤이 트럼프’ 효과가 어떻게 드러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대선처럼 ‘샤이 트럼프’가 힘을 발휘한다면 또 다시 깜짝 놀랄 반전이 나올 수 있다. 반 트럼프 표심을 결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민주당은 여성과 젊은층 유색인종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쏟아내는 분위기다.
●“샤이 트럼프 현상 만만치 않을 것”
5일 밤 10시(현지 시간) 미주리주에서 열린 마지막 지원유세에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목은 잠겨 있었다. 지난 2주 동안 쉴 새 없이 전국을 누비면서 얼마나 많은 열정을 지원 유세에 쏟아 부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3시간 전에는 인디애나에서도 유세를 했다. 이 때는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을 비롯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 등 측근들까지 연단에 올랐다. 콘웨이 고문은 “쇼는 계속돼야 한다(Show must go on)”라고 외치며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디애나에 도착한 직후 ‘하원을 빼앗긴다면 국정운영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금 다르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선거 패배 후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유세에서도 “미국의 꿈이 다시 위험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미국 우선주의가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을 지지자와 공유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중간선거 결과를 결정지을 하원의 판세는 마지막 날까지도 예측 불허였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좁혀졌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이날 발표된 라스무센 조사(50%)와 전날 NBC·월스트리트저널 공동조사(46%)에서 취임 후 최고치에 근접했다. 그러나 대다수 조사기관은 여전히 민주당의 하원 승리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중간선거에도 ‘샤이 트럼프’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폴 세럭스는 1일자 칼럼에서 “블루 웨이브(민주당 바람)가 예상된다고 하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큰 목소리를 내는 트럼프 지지자도 있지만 조용한 트럼프 지지자도 그만큼 많다”며 “내 주변에 진보 성향의 다정한 친구들도 알고 보면 ‘샤이 트럼프 지지자’가 대다수라는 걸 알게됐다”고 썼다. 영국 BBC 방송 진행자인 에밀리 메이틀리스도 “모든 조사기관이 블루 웨이브를 예상하지만 목소리를 내는 걸 두려워하는 공화당 지지자 숫자가 늘어나면서 이번 여론조사도 2016 대선 때처럼 매우 부정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 투표율 높이기에 사활
5일 기자가 찾은 조지아주 사바나시의 민주당 캠프는 투표율을 올리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 붇고 있었다. 첫 흑인 여성 주지사에 도전하는 민주당의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후보는 기자들에게 “높은 투표율로 공화당을 압도하고 민주주의를 성취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지역 후원자들의 연설로 꾸며진 유세에서도 주된 메시지는 ‘투표 참여’였다. 한 지원 연설자는 “내일이면 늦다. 오늘 (투표 독려) 전화하라”고 강조했다. 초등학생 두 딸들과 함께 유세장을 찾은 스테파니 맥클라핀 씨도 “투표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산 교육장이라고 생각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체 판세를 가를 경합지에서 전통적 지지층인 젊은층과 여성, 유색인종이 투표장으로 나서도록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강한 응집력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을 꺾으려면 확실한 구심점이 필요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진보 성향의 스타들까지 나서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는 2일 선거 캠페인에 출연해 “사전 투표율이 높지만 아직 부족하다. 6일 꼭 투표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