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고령화-호황에 지원자 줄어, ‘5년 이상 영국 거주’ 조건 없애
여성에도 문 넓혀 모든 병과 개방
獨, 조기 전역으로 장교 못 채워… 시민권 대가로 외국인 입대 검토
프랑스와 전 세계 국방력 5, 6위를 다투는 영국이 병력 자원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BBC는 5일 영국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연방(Commonwealth) 소속 국민들은 영국에 거주한 적이 없어도 누구나 입대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현재는 영연방 소속이라도 5년 이상 영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이들만 입대가 가능하다.
이로써 호주, 인도, 캐나다, 케냐, 피지 등 옛 영국의 식민지였던 국가들이 주축이 된 53개국 영연방 소속 국민들은 영국 육해공군의 모든 보직에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영국 정부는 이를 통해 매년 영연방 소속 국민 1350명가량이 입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영국군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모든 병과에 지원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2016년 전투병과 근무를 여군에게 허용한 데 이어 이제는 특수부대 SAS에서까지 여군이 복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군대에 문을 여는 각종 조치들이 발표되는 건 그만큼 병력 자원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영국 감사원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병력 8200명이 부족하다. 2010년 이후 가장 큰 수치다. 풀타임 정규군의 수는 2016년부터 2년 사이에 5000명이나 줄어들어 14만5000명에 그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입대 지원을 장려하고 조기 전역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5년 동안 6억6400만 파운드(약 9762억 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왔다. 2010년부터 병력 유지를 위한 당근책으로 가동한 국가 프로젝트만 19개다. 그러나 정작 2017년 군인 채용 목표를 24%나 채우지 못했다. 특히 각종 엔지니어, 공군 조종사, 정보 분석가 등 숙련된 기술을 가진 군인들이 부족한 탓에 무기 현대화 프로젝트를 가동 중인 영국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군 복무 가능 연령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병력 자원 확보가 힘들어지고 있다. 실업률이 4%까지 떨어지며 43년 만에 최저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고용에 훈풍이 불면서 젊은이들이 군대에까지 취업의 눈길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영국 시민 중 아시아계, 흑인계 등의 군대 참여율이 저조하니 이들을 유인하는 각종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마크 프란수아 보수당 의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애국심과 충성심을 기본으로 하는 군대에 외국인까지 끌어들이는 게 옳으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병력 자원 부족을 겪고 있는 독일에도 ‘용병’ 논란이 존재한다. 1990년 54만 명이었던 독일군 병력은 현재 17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독일은 2024년까지 병력을 19만8000명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저출산이 심각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조기 전역이 이어져 2만1000명의 장교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독일 정부가 외국인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대가로 부족한 군인을 채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가 보도된 것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용병’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입대 지원 자격을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프랑스 병력은 2012년 21만4632명에서 지난해 20만1505명으로 5년 사이 1만3000명 이상 줄어들었지만 프랑스는 그나마 해외 파견 군대에 외국인들을 끌어들여 성공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다. 이들은 일정 기간 복무 후 프랑스 시민권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스페인도 과거 자국의 식민지 국가 국민에 한해 입대 자격을 주고 있다. 러시아는 3년 이상 군 경험이 있는 과거 소련 소속 연방 국가 국민에 한해 러시아 시민권을 빨리 딸 수 있는 패스트 트랙 제도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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