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미국 중간선거’ 결과로 미 의회는 ‘상원 공화당 대 하원 민주당’으로 쪼개지게 됐다. 주요 언론사들의 출구조사를 통해 드러난 민심(民心)은 ‘미국이 하나의 국가가 맞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친(親)트럼프 대 반(反)트럼프’로 극명하게 나뉘어졌다. ‘2016 대선’에서 분열의 언어와 독설의 정치로 기득권 세력을 공격해 ‘예상 밖 당선’을 일궈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그의 ‘2020 재선 성공’ 여부는 역설적이게도 스스로 증폭시킨 미국의 분열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6일(현지 시간) 발표된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자랑하는 ‘경제 호황’에 대한 평가조차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나라 경제가 좋다’고 대답한 사람 중 공화당 지지자는 60%였고, 반면 ‘경제가 나쁘다’는 응답자 중 무려 83%가 민주당 지지자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극단적 분열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극심한 ‘반트럼프’ 정서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공식 일정 없이 백악관에 머물던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가 마감된 뒤 트위터 메시지를 잇달아 올렸다. 그중 7일 오전 6시 반경 올린 메시지에서 “어젯밤 거둔 큰 승리에 대해 많은 축하를 받았다. 그들 중에는 무역 거래를 하기 위해 나를 기다리는 국가들도 있었다”며 ‘완전한 승리’를 자처했다. 이어 “이 위대한 중간선거에 대해 적절한 신뢰를 주지 못한 전문가들이나 ‘토킹헤드’(TV 해설가)들에게 전한다, 두 단어만 기억해라. 가짜뉴스!”라며 늘 해오던 언론 공격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시달리던 주요국들의 반응도 냉랭했다. 특히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여 온 중국 관영 런민(人民)일보 자매지인 환추(環球)시보는 ‘트럼프는 졌다’는 제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멋대로 행동하다 결국 미국 의회 중간선거에서 쓴맛을 봤다”는 비판 기사를 올렸다가 얼마 뒤 미중 관계의 악화를 우려한 듯 돌연 삭제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관영 매체 관차저왕(觀察者網)도 ‘트럼프의 패배, 레임덕(의 시작)’이란 제목의 인터넷판 톱기사를 올렸다. 일본 NHK는 “미국민의 트럼프에 대한 평가가 이분화된 (미국의) 현실을 보여줬다. 상하원의 분열 탓에 자칫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의 저력’이 확인됐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 ‘민주당은 하원에서 이겼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서 이겼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유권자들은 이번 기회에 트럼프 대통령을 몰아낼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재선을 위해) 앞으로 나가라’란 사인을 줬다”고 분석했다.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무덤’이란 워싱턴 정가의 오랜 공식을 감안할 때 ‘상원 승리, 하원 패배’라는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정적 타격이 되지 못하고, 민주당이 기대했던 이른바 ‘블루 웨이브’(민주당 바람)도 불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친민주당 성향의 CNN 방송조차 “이게 무슨 블루 웨이브냐”고 반문하며 “민주당도 반성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민주당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열정적 유세뿐”이라며 “그러나 오바마의 메시지조차 별로 새롭지 않다는 게 (민주당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2018년의 민주당’으론 ‘2020년의 트럼프’를 상대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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