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72)는 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평화콘서트’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세계 평화도, 남북 평화도 ‘진실된 대화’를 한다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그는 또 “음악은 사람을 더 순수하게, 더 나아지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며 음악을 통한 세계와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다.
이날 오후 유네스코 본부 대강당에서는 전 세계 40개국의 주유네스코 대사와 6·25전쟁 참전 프랑스 용사, 유네스코가 선정한 평화예술인 등 1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콘서트가 열렸다. 주유네스코 한국대표부가 주최하고 한-프 문화 교류단체인 ‘한국의 메아리’가 기획한 이번 공연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11월 11일)을 기념하고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마련됐다. 2차대전 이후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분위기에서 탄생한 유네스코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도 있다.
공연 1부의 막이 오르자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필리프 앙트르몽의 지휘와 오스트리아 빈 베토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첫 곡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아리랑은 한국이 2012년, 북한은 2014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한 곡이어서 남북 평화의 의미를 담아 이번 공연을 위해 오케스트라용으로 특별 편곡됐다.
이병현 주유네스코 대표부 한국대사는 “한반도에 새롭게 불고 있는 평화의 바람을 음악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콘서트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콘서트 안내책자에 실린 인사말을 통해 “이번 콘서트는 가까워지고 있는 두 개의 코리아(남북한)의 희망을 반영하고 남북이 계속해서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초대장과도 같다”며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다. 아줄레 사무총장은 최근 남북이 각각 유네스코에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한 씨름을 남북 공동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먼저 권유하는 등 문화 과학 교육 등의 분야에서 남북 간 협력을 적극 돕고 있다.
이날 공연은 백 씨와 앙트르몽, 빈 베토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의 피아노 콘체르토 5번 ‘황제’를 협연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백 씨는 “베토벤은 모든 사람을 껴안은 인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곡이 (오늘 콘서트에) 맞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한 채 커튼콜을 네 차례나 거듭하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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