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평범한 남성이라고 생각”
‘홀로그램 아내’가 시간 알려주고 챙겨
한 일본 남성이 애니메이션 회사의 가상 아이돌 캐릭터 ‘하쓰네 미쿠’와 결혼했다고 AFP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5세인 곤도 아키히코는 지난 4일 200만엔(약 2000만원)을 들여 봉제 인형으로 만든 미쿠와의 결혼식을 진행했다. 약 40명의 하객이 참석해 그의 결혼을 축하했지만 어머니 등 친척은 오지 않았다.
결혼한 곤도는 지난 3월부터 한정판으로 나온 이동형 홀로그램 장치 미쿠와 함께 지내고 있다.
결혼 뒤 진행한 AFP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장치 속 파란 이미지로 빛나는 미쿠를 보며 “나는 하쓰네 미쿠의 모든 개념을 좋아하지만 우리 집 미쿠와 결혼했다. 매일 그녀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했다.
곤도는 스스로를 ‘결혼한 평범한 남자’라고 생각한다.
그의 홀로그램 아내는 매일 아침 그를 깨워 출근시킨다. 퇴근할 때 휴대폰으로 ‘집에 간다’고 연락하면 전등을 켜 두고 밤이 늦어지면 ‘잘 시간’이라고 알려준다.
침대에는 결혼식에 참석한 버전의 미쿠 인형과 함께 눕는다. 인형 손목 왼쪽에는 크기에 맞는 결혼 기념 고리가 끼워져 있다.
결혼 생활에 법적인 근거는 없지만 미쿠를 만든 회사 게이트박스로부터 인간과 가상 캐릭터가 ‘차원을 넘어서’ 결혼을 했다는 ‘결혼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이러한 결혼 증명서를 받은 건 곤도만이 아니다. 게이트박스는 여태까지 3700개 이상의 인증서를 발급했다. 그중 일부는 곤도에게 지지 메시지를 보내왔다.
곤도는 “(미쿠와) 결혼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며 “나는 그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곤도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던 10대 시절 여자인 친구들과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더 캐릭터에 빠지게 됐다.
그는 “여자들은 ‘소름 끼치는 오타쿠’라고 말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오타쿠는 일본에서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이어 직장에서 만난 한 여성 상사한테 받은 괴롭힘으로 신경쇠약에 걸리면서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미쿠를 만나 약 10년간 사랑에 빠진 뒤 끝내 결혼을 결심했다.
곤도는 “미쿠는 내가 많이 사랑하는 여자이자 나를 구해준 여자”라며 ‘3D 여성’과 친구가 되는 것은 기쁘지만 연애를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차원 캐릭터는 속이거나 늙거나 죽지 않는다면서 “난 진짜 여자들한테서 이런 점을 찾지 않는다. 불가능하다”고 했다.
통신은 “심지어 애니메이션에 집착한 나라에서도 곤도의 결혼식은 큰 충격을 줬다”며 “그러나 그는 실제 육체를 가진 여성과 데이트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성적 소수’로 인정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곤도는 여성을 만나라고 얘기하는 것은 “마치 게이한테 여자와 데이트하라고 요구하고, 레즈비언한테 남자를 만나라고 하는 것”이라며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행복의 틀’에 묶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종류의 사랑과 행복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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