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지국 폐쇄 안해… 중요한건 뉴스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3일 03시 00분


NYT 설즈버거 발행인 도쿄포럼
“취재기사 온라인미디어서 베껴… 디지털전문가들 폐쇄 권유했지만
현장주의와 진실이 우리의 의무”


“미디어의 세계에서 정말 지켜야 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독립, 공정, 공평, 진실성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발행인(38·사진) 초청 심포지엄이 9일 아사히신문 주최로 열렸다. 도쿄대 야스다(安田) 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은 양사의 제휴 90주년을 기념한 것이기도 했다.

‘글로벌 언론이 디지털에 의한 붕괴에 대처하는 법’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 설즈버거 발행인은 5년 전 회사의 앞날을 우려하며 실리콘밸리의 디지털 미디어 벤처 전문가들을 만나러 다녔을 때의 경험담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당시 NYT는 세계 다른 신문들과 마찬가지로 구독자와 광고 수입이 줄어 위기에 빠져 있었다.

“그들은 먼저 NYT의 바그다드 지국 폐쇄를 권했다. NYT가 엄청난 리스크와 돈을 들여 현장에 기자를 상주시키고 있지만 그렇게 취재해 보내온 기사들은 순식간에 수천 개의 미디어들이 베껴 유통하면서 그들의 광고 수익만 올려준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현장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이 조언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설즈버거 발행인은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바꿔서는 안 되는 게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의 가장 소중한 가치, 이 회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했다. NYT의 경우는 독립된 공평·정확한 보도, 현장주의, 전문성 높은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저널리즘을 위협하는 3가지 위험한 변화로 △비즈니스 모델 변화 △거대 플랫폼의 등장 △신뢰 저하를 꼽았다.

“첫째, 저널리즘의 비즈니스 모델은 인쇄에서 디지털로 급격하게 이동 중이다. 그러나 디지털 광고 수입은 규모가 작고 우리의 현장주의 저널리즘을 뒷받침해 주지 못한다. 둘째, 페이스북, 구글 등 거대 디지털 플랫폼이 우리 조직과 독자 사이에 끼어들고 있다. 문제는 플랫폼 회사들은 어떻게 하면 사용자를 플랫폼에 오래 머물게 할까, 그걸로 어떻게 광고비를 얻을까만 따진다는 점이다. 기만적인 콘텐츠건 가짜 뉴스건 가리지 않게 된다.”

그는 강연을 이어갔다. “셋째, 신뢰의 문제. 언론뿐 아니라 대학, 법조 등 사회 곳곳에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중립적 정보보다 ‘자신이 듣고 싶은 뉴스’를 선호하는 현상은 정치의 양극화를 부채질한다.”

이런 상황에서 NYT는 2011년 디지털판 유료화에 나섰다. “디지털이라는 도전 과제에 정정당당히 맞서기로 했다. 소비자로부터 직접 얻는 수익, 즉 디지털 구독료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다. 독자가 ‘대가를 내더라도 읽고 싶은 기사’를 써서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영향력 있는 저널리즘을 추구하고자 한다.”

1일 발표된 3분기(7∼9월) 실적에 따르면 NYT의 종이신문 발행부수는 100만 부 이하로 떨어진 반면 온라인 유료 독자는 310만 명(9월 말 현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늘었다. 종이신문과 온라인을 포함한 3분기 총매출액은 4억1730만 달러로 8.2% 늘었고, 이 중 디지털 부문 구독 매출액은 18%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공격적인 구독료 인하와 마케팅 활동을 강화한 덕분이라고 언론계에서는 풀이했다. 역설적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속적인 비난과 공격이 NYT에 대한 호감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뉴욕타임스#설즈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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