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이 14일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재개했다가 5시간여 만에 다시 해당 상품들을 모두 삭제했다. 한중 교류 현안을 둘러싼 중국의 일방적인 오락가락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중국 여행업계 소식통은 이날 오후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과 퉁청왕(同程網) 등이 본사 임원회의를 통해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 재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들 온라인 여행사들은 이날 오후 2시경(현지 시간) 일제히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씨트립 홉페이지에서는 서울 관광 4박 5일, 서울-강원도 관광 4박 5일 상품 등의 예약이 가능했다.
이는 중국이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지난해 3월부터 금지해온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에 대한 지역적 제한을 사실상 전면 해제한 것으로 풀이됐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베이징 상하이 산둥 등 6개 지역에서 중국인을 상대로 한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허용했으나 온라인 여행사의 상품 판매는 계속 금지해왔다. 온라인 상품까지 판매 규제를 풀면 중국 전역에서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지역적 제한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이 소식통은 “중국 당국의 지침에 따라 중국 온라인 여행사들이 14일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재개한 것으로 안다”며 “중국이 유지해온 상품 판매의 지역적 제한을 해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씨트립에 올라왔던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이 이날 오후 7시 갑자기 모두 사라졌다. 소식통은 “관련 보도가 쏟아지자 부담을 느낀 중국 당국이 일단 상품을 내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를 해제하는 과정에서 여론을 살피며 최대한 조용히 진행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 여행업계와의 협력이 필수인 여행 상품을 마음대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같은 소동이 중국이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의 온라인 판매 금지 해제를 번복한 것인지 일시적으로 상품을 내린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이 지역별로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 금지를 일부 해제하면서도 그간 유지해 왔던 제한은 상품의 온라인 판매와 크루즈, 전세기, 롯데 계열 회사 이용 금지 등 네 가지다. 소식통은 “번복 소동을 겪은 온라인 판매 외에 크루즈 이용도 조만간 해제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아직도 전세기와 롯데 계열 회사 이용 금지는 유지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제한도 모두 풀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날 한국관광공사는 공교롭게도 베이징에서 ‘2018 한중 문화관광교류대전’을 열었다. 이 행사에는 한국과 중국의 여행 업체 각각 130여 곳이 참석해 서로 교류하며 상담하는 B2B(기업간 거래) 이벤트 등을 가졌다. 이날 베이징을 찾은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가) 잘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자연스럽게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본보 기자와 만난 중국 국영 청년여행사 관계자는 “내년 춘절(한국의 설)경에 한국행 단체관광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