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이후 최대 낙폭… 이란 제재에도 러시아 생산량 증가
글로벌 성장세 둔화 전망 겹쳐
국제 유가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10월 초까지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이라던 시장의 전망이 무색할 정도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실질적인 리더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떨어지는 유가를 잡기 위해 다음 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11일 밝혔지만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13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5.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배럴당 4.24달러(7.1%) 떨어진 것으로 하루 낙폭으로 2015년 9월 이후 가장 컸다. 10월 초 배럴당 76달러 선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약 6주 사이 21달러(27.6%)가 하락했다.
주요 산유국인 이란의 석유 수출을 막는 미국의 대(對)이란 2단계 경제·금융 제재를 앞두고 ‘공급 부족’을 걱정했던 시장 심리가 이제는 ‘과잉 공급’을 우려하는 쪽으로 옮겨간 것이 유가 하락의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중국 일본 등 8개 나라에 대해서는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일시적으로 면제한 데다 사우디 러시아 등이 원유 생산량을 계속 늘려 왔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지난달 OPEC,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생산량 증가는 이란의 생산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내년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면 원유 수요가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하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사우디 외 다른 주요 산유국의 감산 여부는 다음 달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전체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가 OPEC의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하는 만큼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도 사우디를 따라 감산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 석유 시장에서는 당분간 유가 반등의 계기를 찾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는 공급을 기반으로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데다 국제 석유 생산국 3위 러시아의 감산 의지가 낮은 탓이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11일 “내년 원유 시장이 공급 과잉이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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