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만 3세 이하 유아들의 스크린 과다 노출 유해성이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프랑스 상원은 20일 만 3세 이하 아이들을 스크린 노출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찬성 333표, 반대 2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장난감, 휴대폰, 컴퓨터와 같이 스크린이 부착된 모든 디지털 장비에는 ‘3세 이하 아이들에게 노출될 경우 건강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의무적으로 부착돼야 한다. 이들 기기들의 광고에도 의무적으로 이 문구가 포함되도록 했다. 이 법안을 발의한 캐서린 모린 드사이 의원은 “많은 심리학자, 아동 전문가, 소아과 의사들의 경고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정과 식당에서 아이들이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는 장면을 익숙하게 볼 수 있는 한국처럼 프랑스에서도 아이들의 스크린 노출은 일상화돼 있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원이 올해 9월, 만 2세 아이 1만3334명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아이 3명 중 2명이 매일 TV를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의 절반은 18개월 이전부터 TV를 보기 시작했으며 8%는 매일 두 시간 이상 TV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에서 만 3세 이하 유아들의 스크린 노출 유해 논란은 지난해 3월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스크린 과다노출 방지 단체(COSE)’의 안-리즈 뒤칸다 박사가 “3세 이하 아이들이 스크린에 과다 노출되면 발달 능력이 떨어져 자폐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면서 불이 불었다. 자폐아 부모들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뒤칸다 박사는 “매일 아이들에게 스크린을 보여주는 건 마약을 투입하는 것과 같다”며 “스크린은 소리와 비주얼로 아이들을 자극하면서 도파민 분비를 늘려 아이들이 늘 화면으로 되돌아가도록 만든다”고 중독성을 경고했다. 또 “3세 이하 아이들은 상호작용으로 배우기 때문에 아무리 화면에서 사과가 나와도 그들은 사과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오감을 다 사용해야만 학습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엉제 대학병원의 필립 뒤베흐제 아동소아과장은 “3세 이하의 아이들이 스크린을 보다가 종종 기절하기도 하고 실제로 스크린 앞에만 앉으면 아이들은 조용해진다”며 “이게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편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스크린 노출을 방치하는 건 위험한다”고 덧붙였다.
COSE는 “만 2~4세 아이의 20%가 귀에 헤드폰을 끼고 스크린을 보면서 잠을 자고 있다”며 아침에 일어날 때, 밥 먹을 때, 자기 전, 그리고 아이 방에서는 스크린을 보지 말자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시청각 관련 유해성과 공정성을 심의하는 시청각 고등위원회도 10년 전부터 ‘3세 이하 아이에게 스크린을 보여주지 말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스크린이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고, 스크린을 보지 않을 때는 곧바로 발달 과정이 정상으로 되돌아온다며 유해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도 아이들의 유해성에 대해 연구를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려보자며 이번 법안 통과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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