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자국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침묵시키라’고 지시하는 전화통화 기록을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가지고 있다고 터키 언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터키 일간지 ‘휘리예트’(hurriyet)의 칼럼니스트 압둘카디르 셀위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CIA가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 배후임을 밝히는 결정적인 통화 녹취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달 터키를 방문한 지나 해스펠 CIA 국장은 터키 당국에 빈 살만 왕세자와 그의 동생 칼리드 빈 살만 주미 사우디 대사의 통화를 도청한 녹취가 있다고 시사했다.
셀위는 ‘두 관리는 카슈끄지가 공개적으로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표했다’며 “CIA는 도청 중에 가능한 한 빨리 자말 카슈끄지를 침묵시키라는 왕세자의 지시를 포착했다. 이어진 살인은 이 지침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가 진행된다면 “CIA는 대중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도청 테이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경악할 만한 증거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슈끄지는 지난달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됐다. 처음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던 사우디 왕실은 이후 그가 영사관 안에서 살해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왕족은 어떠한 살인 음모와도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셸위는 지난 19일 터키의 수사 내용을 인용해 사우디 암살단은 카슈끄지에게 그의 아들한테 메시지를 보내라고 강요하며 ‘그렇지 않으면 사우디로 끌려갈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했다. 그러나 카슈끄지는 이를 거부했고 이후 밧줄이나 비닐봉지로 목이 졸려 살해됐다.
사우디 검찰은 지난 15일 살인에 가담한 사우디 관리 5명의 사형 구형을 포함해 11명을 기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사우디 왕실과의 관계에서 얻는 이득이 크다며 카슈끄지 사건으로 사우디를 추가 압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2일에도 “CIA는 살해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사우디를 더는 압박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CIA가 빈 살만 왕세자와 관련한 녹취를 가지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 당신이 직접 물어봐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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