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병들게 하는 가짜약… 말라리아 90%, 사하라 이남서 발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6일 03시 00분


감기약서 B형 간염 치료제까지… 가난한 환자 유혹 길거리서 판매
阿정부들 저질 의약품과의 전쟁… 우간다 등서 대대적 단속 나서

아프리카 길거리 노점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저질 가짜 의약품 판매대. 아프리카 뉴스 방송 화면
아프리카 길거리 노점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저질 가짜 의약품 판매대. 아프리카 뉴스 방송 화면
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국가의 시장 및 주택가 골목에서는 ‘가짜 약(Fake Drugs)’으로 불리는 저질 의약품을 파는 노점상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감기나 두통 등 가벼운 질병부터 말라리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B형 간염 등까지 치료할 수 있는 약을 판매한다고 광고한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병원을 갈 수 없거나, 의사의 처방을 받았지만 약 살 돈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사람들을 겨냥한 상점들이다.

종종 ‘가짜 의약품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써 붙여놓은 노점상도 있지만 이 역시 믿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겉보기에 포장부터 알약 생김새까지 똑같이 제조된 약들이 많아서다. 전문적인 성분 분석을 거치지 않고서는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들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발견된 저질 의약품 중 절반이 아프리카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저질 의약품이 아프리카 대륙을 더욱 병들게 하고 있는 셈이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흔한 저질 의약품은 말라리아 치료제. 스스로 병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실내 살충제 사용 감소, 임신부와 어린이를 위한 예방 요법 부족 등이 말라리아 환자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지만 아프리카 현지에서는 ‘저질 의약품의 유통’ 역시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19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전 세계 말라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라리아 감염자 10명 중 9명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에서 발생했다. 나이지리아(25%), 콩고민주공화국(11%), 모잠비크(5%), 우간다(4%) 등 4개국에서 발생한 환자가 전체 환자의 거의 절반에 이른다. 지난해 말라리아로 사망한 사람은 총 43만5000여 명, 이 중 대다수가 아프리카에 사는 5세 이하 어린이들이었다. 최근 감소세를 보여 왔던 말라리아 환자 수는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8월 열린 한 청소년 개발자 대회에서는 ‘가짜 약 탐지기(Fake Drug Detector)’란 이름의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든 나이지리아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앱을 통해 약의 진위를 판별하고, 동시에 가짜 약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이들은 “가짜 말라리아 치료제 등 저질 의약품은 나이지리아에서 삶, 죽음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에서 가짜 약이 얼마나 큰 사회적 문제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WHO는 전 세계 위조 의약품 시장 규모가 약 2000억 달러(약 226조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로 중국이나 인도, 파키스탄에서 제조되는 가짜 약들은 가장 가난한 국가로 꼽히는 아프리카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각국 정부들은 저질 의약품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지난달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최근 2년 동안 약 400t 규모의 저질 의약품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중에 유통되는 약 3개 중 1개는 불법적으로 수입된 가짜 약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간다 보건 당국도 의약품 취급 허가를 받지 않은 상점 및 노점상에 대해 단속을 벌이고 있다. 나이지리아 약사협의회 등도 정부와 합동단속반을 운영 중이다. 2015년에는 북부 카노주에서만 270여 명의 유통업자를 체포하고 1000여 곳의 상점을 폐쇄시켰다. 당시 압수해 폐기한 가짜 약만 5억2900만 달러(약 6000억 원)어치에 이른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아프리카 병들게 하는 가짜약#말라리아 90%#사하라 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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