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총격범 사살”→“용의자 아냐” 번복
시민 200명 항의 시위…“정의없인 평화도 없다”
미국 최대 쇼핑 성수기 ‘블랙 프라이데이’에 쇼핑몰에서 난 총격 사건에서 용의자가 아닌 흑인 남성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애초 경찰은 이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이후 조사 과정에서 총격범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22일 앨라배마주 버밍엄 인근의 한 쇼핑몰에서 벌어진 총격사건 진압 과정 중 흑인인 이맨틱 브래드퍼드 주니어(21)가 사살됐다.
당시 총격 사건으로 쇼핑몰에 있던 18세 남성과 12세 여아가 총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지 경찰은 브래드퍼드가 권총을 든채 부상자 남성과 다투고 있었다는 이유로 그를 용의자로 지목, 제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의 발표는 하루 만에 뒤집혔다. 그레그 렉터 후버 경찰국장은 23일 밤 성명을 내고 브래드퍼드가 “다툼에 연루되긴 했지만 부상자에 총격을 가한 것 같지는 않다”며 그가 용의자는 아니라고 정정했다.
브래드퍼드의 유족 측은 경찰의 대응에 강하게 반발했다. 아버지인 브래드퍼드 시니어는 아들이 총기 소지 허가를 받았다며 경찰이 이번 사건에 대해 섣부르게 판단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유족 측은 사건 현장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하길 원하지만, 경찰은 영상 존재 여부에 대해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24일에는 인근 주민 200여명이 쇼핑몰 앞에 모여 경찰의 미숙한 대응을 규탄하는 시위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정의 없인 평화도 없다’(no justice, no peace)라고 쓰인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달아난 총격범 2명의 행방을 쫓는 한편, 이번 사건을 둘러싼 내부 감사를 벌이는 중이다. 또 브래드퍼드에게 총을 쏜 경관은 전보 조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뉴스1)
댓글 0